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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원 경북생명의 숲 상임대표·화인의원 원장

오늘(5일)은 이른 두 번째 맞는 식목일이다. 식목일은 나무 심기를 통해 국민의 나무 사랑 정신을 북돋우고, 산지(山地)의 자원화를 위해 만들어진 국가기념일이다. 그런데 식목일은 단지 나무만을 심고 가꾸는 의미를 넘어서는 것 같다.

4월 5일은 신라가 삼국통일의 위업을 완수한 날이고, 조선의 왕이 몸소 농경 시범을 거행했던 날로 우리의 민족사와 농림사상을 기리기 위해 이날을 식목일로 제정했다고 한다. 물론 이날은 계절적으로 날씨가 맑고 밝은 청명(淸明)을 전후해 나무 심기에 딱 좋은 시기이기도 하다.

한민족대백과에 따르면 식목일을 4월 5일로 제정한 것은 이날은 신라가 당나라를 몰아내고, 삼국통일의 대업을 완수한 문무왕 17년(677년) 2월 25일에 해당하는 날이고, 조선조 성종이 동대문 밖의 선농단에서 제를 올린 뒤 직접 농경시범을 보였던 1493년 3월 10일에 해당하는 날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이번 식목일은 또한 설, 단오, 추석과 함께 우리 민족의 4대 명절 중 하나인 한식(寒食)과도 겹친다. 한식은 조상의 산소를 찾아 제사를 지내고 산소에 떼를 입히고 다듬는 날이다. 더불어 국가적 대사인 대통령선거에 나설 각 정당의 후보들이 확정돼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다.

이렇게 이번 식목일은 여러모로 뜻깊은 날이다. ‘십년수목 백년수인’(十年樹木 百年樹人)이라는 말이 있다. 십 년 뒤를 내다보며 나무를 심고, 백 년 뒤를 내다보며 사람을 심는다는 뜻이다. 이번 식목일과 4월은 국가십년대계, 국가백년대계를 심고 가꾸는 매우 뜻깊은 날, 매우 의미 있는 달이 아닐 수 없다.

흔히들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이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의 시인 엘리엇의 ‘황무지’란 시에서 인용한 것이지만 우리 근대사에서 4·19혁명 등 가장 많은 정치·경제적 혁명과 사건 등이 발생한 때가 바로 4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국가십년대계를 위한 수목에 나서고, 국가백년대계를 위한 수인에 공을 들인다면 4월은 잔인한 달이 아닌 희망의 달이 될 것이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이 있듯이 이를 위해서는 잘 자랄 나무를 골라 심고, 대통령의 자질을 갖춘 인재를 잘 뽑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좋은 나무와 인재는 시대적 상황과 요청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고, 재목에 따라 용도가 다르듯이 사람에 따라 용도가 다른 법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경제와 안보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 위기를 수습하고 새로운 희망을 만들 적임자가 누군지를 꼼꼼하게 잘 살피고 따져야 한다.

한 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은 그 나라의 국민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우리 정치가 삼류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 탓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삼류 정치, 껍데기 정치에 너무 많이 속아왔다. 그래서 우리 자신이 평소에 정치를 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그래야만 될성부른 알맹이 정치인을 뽑고, 일류 정치를 실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4월이 잔인한 달이 될지, 아니면 희망의 달이 될지는 오롯이 우리 자신의 의지와 선택에 달렸다. 지금이야말로 좋은 정치, 착한 정치, 일류 정치를 위해 우리가 모두 함께 고민할 때이다. 시인 신동엽은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고 했다. 격동의 역사를 온몸으로 겪었던 시인은 비관적인 상황에서도 미래에 대한 의지는 단호했다.



식목일인 오늘, 국가 대계를 생각하며 희망의 나무를 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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