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키가 작고/불면증이 좀 있고/담배는 하루 반 갑/아무 일 없이 빈둥대는 것을 좋아합니다/흰 종이 구겨지는 소리와 갑자기 유리창을 때리는 빗방울/속에서 펼쳐지는 날개,/어떤 꽃을 피워야 할지 망설이는/나뭇가지의 떨림을 보는 것도 좋아하지요/우연히 생각나서/우연히 만난/수많은 별들, 수많은 사람들,/누구나 혼자지만/아무도 고독하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과/아침마다 눈이 떠지고/어제보다 찬 공기를 숨쉬는 일/어린 딸이 커서 처녀가 되는 일이/기적의 일부란 것을 조금은 알고 있답니다/그래서 밥을 먹을 때마다/하늘을 볼 때마다/부끄럽고 미안하고 황홀해서/부서지는 햇빛이나 먼지 속으로 달아나고 싶어요/한낮에도 발가벗고 춤을 추고 싶어요


<감상> 생각해보니 어제는 커피를 안 마셨다. 하루 종일 방 안에서만 지냈고 어쩌다 먼 하늘의 바람을 상상했다. 내가 커서 뭘 하고 싶었던가에 대해서도 생각한 것 같고 냉동실을 열고 꽁꽁 언 일본카레의 매운 맛을 음미했다. 늘 누군가와 같이 있는 느낌이지만 고독보다 가깝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다 방을 닦았던가 라디오를 틀었던가. (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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