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역에도 폭발장치 갖다놔"…"페테르부르크서 6년여 거주한 무슬림"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발생한 지하철 테러 용의자가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 출신의 청년으로 확인됐다고 러시아 수사당국이 4일(현지시간) 밝혔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중대범죄를 수사하는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이날 언론보도문을 통해 “지하철 테러 용의자는 (키르기스스탄 출신의) 1995년 생 아크바르존 드잘릴로프”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다른 지하철 역에서 발견된, 또다른 폭발장치가 든 가방안에서도 그의 유전자 흔적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앞서 전날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센나냐 광장’역과 ‘테흐놀로기체스키 대학’역 사이 구간을 달리던 열차 객차에서 폭발이 일어난 후 다른 노선의 지하철 역 ‘플로샤디 보스스타니야’(반란광장)에서 테러에 사용된 것과 마찬가지로 소화기로 위장한 폭발장치가 발견돼 전문가들이 해체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드잘릴로프가 폭발하지 않은 채 발견된 폭발장치를 ‘반란광장’에 갖다둔 뒤 열차를 갈아타고 사고 객차에서 범행했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앞서 키르기스스탄 국가보안위원회 대변인도 AFP 통신에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자폭 테러범이 키르기스 출신 22세 청년 드잘릴로프”라고 전했다.

인테르팍스 통신도 키르기스스탄 국가보안위원회를 인용해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자폭테러 용의자가 키르기스 출신의 러시아 국적자라고 소개했다.

통신은 키르기스 국가보안위원회가 이날 드잘릴로프의 고향인 키르기스 서남부 도시 오슈에서 그의 부모와 친인척들을 심문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에 살고 있던 아버지가 조사를 받기 위해 오슈로 왔고 현지에 살고 있던 어머니와 동생도 조사를 받았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하지만 이들은 조사 뒤 체포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감시 카메라에는 드잘릴로프로 추정되는 청년이 짙은 적색의 방한복을 입고 배낭을 멘 채 걸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러시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그의 사진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키르기스스탄 오슈 출신의 러시아 국적자인 드잘릴로프는 6년 이상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거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에 러시아 국적을 취득한 그는 2015년에 한동안 현지 스시바(일식당)에서 요리사로 일했으나 이후 종적을 감췄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지인들은 드잘릴로프가 이슬람에 관심을 보였고 무슬림 친구들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스시바에서 함께 일했다는 지인은 현지 REN TV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차분한 청년이었으며 무슬림이기는 했지만 근무 시간에 기도를 하지는 않았다”고 회상했다.

드잘릴로프가 종적을 감춘 뒤 지인들 사이에선 그가 한국으로 갔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 친구는 전했다.

하지만 현지 언론은 이 기간에 그가 이슬람 극단주의 진영으로 가 테러리스트 훈련을 받았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러시아 수사당국 관계자는 타스 통신에 “자폭테러 용의자의 시신이 발견됐고 그의 신원도 확인됐다”며 “그가 중앙아시아 출신으로 시리아 반군과 연계를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테러 용의자가 폭발 객차의 중앙에 서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의 시신 일부를 감정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신체 손상 특징으로 볼 때 자폭테러인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용의자가 폭발장치를 몸에 부착하거나 배낭에 넣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소개했다.

이에 앞서 일부 언론 매체들은 중앙아 카자흐스탄 출신 유학생 막심 아리셰프(21)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하기도 했으나 이후 그는 테러로 사망한 희생자 가운데 1명으로 확인됐다.

카자흐스탄 외무부는 “상트페테르부르크 테러 이후 실종됐던 아리셰프가 테러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경제대학 3학년 학생인 아리셰프는 사고 지하철역에서 폭발 직전 카자흐스탄의 어머니에게 전화해 수업 후 귀가하는 중이라고 알렸으나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앞서 전날 오후 2시 40분께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청색 노선의 ‘센나야 광장’과 ‘테흐놀로기체스키 대학’ 구간을 운행하던 객차 안에서 폭발물이 터져 현재까지 승객 14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부상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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