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짝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 명태, 헛 명태라고/ 헛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묵직한 베이스바리톤 오현명이 즐겨 부르던 가곡 ‘명태’의 한 대목이다. 오현명이 자서전에 쓴 것처럼 명태를 의인화 한 이 곡에는 한국적인 익살과 해학 속에 한숨과 자조가 배어 있다.

명태를 부르는 이름 또한 수도 없이 많다. 그만큼 한국인이 즐겨 먹었다는 반증일 것이다. “생태 동태 황태 북어 코다리 노가리/ 백태 먹태 통태 짝태 무두태/ 춘태 오태 추태 꺾태 망태 조태 강태…/내 친구들이냐구?/(…)” 한상순의 동시에 나오는 명태를 다르게 부르는 이름들이다.

1940년대에는 동해 바다에서 명태가 27만t이나 잡혔다니 ‘개도 발로 차버린다’는 말이 우스개 말이 아니었다. 광복 이후에는 분단으로 북한의 명태 최대 산지를 잃어버려서 어획량이 1만t 정도로 급감했다. 하지만 1980년에는 반짝 10만t 까지 생산량이 늘기도 했다. 이후 어린 명태인 노가리의 무분별한 남획으로 1997년 6천여t으로 어획량이 뚝 떨어졌다. 그러던 것이 2010년 이후에는 아예 동해산 명태 보기가 힘들어졌다. 급기야 2014년에는 해양수산부가 명태에 현상금까지 걸었을 정도다. 살아 있는 자연산 명태 50만 원, 죽은 명태 5만 원이었다.

궁즉통이라고 했던가. 씨가 말랐던 명태를 양식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지난해 9월 해양수산부가 ‘명태 아버지’로 불리는 변순규 박사가 명태 완전양식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명태 치어 방류 사업도 펴고 있다. 2015년 알을 가득 밴 어미 명태가 산 채로 잡혀 70만 개 이상의 알을 얻었다. 이 중 3만 마리 가량이 20㎝ 이상의 치어로 자라 그해 12월 고성 앞바다에 방류했다. 지난해 6월에는 속초 앞 바다에 인식표를 단 치어 1천 마리를 방류했다. 지난 3월에는 지난해 방류한 명태가 양양 앞바다에서 잡혀 열렬한 환영받았다.

지난 5일 울진에 경사가 났다. 기성면 사동항 10마일 지점에서 대구잡이 그물에 몸길이 55㎝의 자연산 명태 한 마리가 잡힌 것이다. ‘집 나간 국민생선을 찾았다’고 난리 법석이다. 동해로 돌아오는 명태의 척후병이 아닐까 하는 기대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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