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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동균 대구한의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2016년 10월, 조영찬 울릉경비대장이 부임 후 지형을 파악하려고 산에 오르다가 추락사했다. 경찰은 조대장에게 1계급 특별승진을 추서하고, 녹조근정훈장과 경찰공로장을 헌정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초과근무 4시간 이후에 사고가 발생한 점을 이유로 순직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순직 여부를 경찰공무원의 업무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형식적인 기준에만 얽매여 엄격하게 제한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업무의 성격상 수없이 발생하는 범죄를 예방하거나 단속, 수사하는 과정에서 늘 위험 속에 노출돼 있다. 경찰은 사고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장소를 주로 찾아다니는 순찰업무의 특성상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국민의 생명보호와 관련된 긴급 상황이기 때문에 출동과정에서 교통사고의 위험이 크고, 술 취한 사람처리, 자살 구호 등의 과정에서 신체적 위험 등에 노출되기 쉽다. 아울러 경찰특성대 등의 대간첩작전과 대테러작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평상시에 긴급출동 훈련, 레펠 하강, 위험 장비 조작 등 고도의 위험성이 내포된 교육훈련이 필수적이다.

음주단속을 하는 교통경찰도 신체적 위험에 처해 있기는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음주 운전 단속은 야간에 이루어지고 단속 경찰관은 도로 상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단속을 피해 음주 운전자가 도주를 경우 교통경찰관에게 치명적인 위해를 입히게 되는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경찰관을 차로 치거나 매달고 질주하는 음주 운전자가 종종 언론에 보도되기도 한다. 이때 사망하거나 크게 다치는 경찰이 적지 않다.

또한, 경찰관들은 업무수행 과정에서 잔인하고 처참한 범죄현장을 목격하기도 하고, 동료의 죽음이나 자신의 신체 손상 등을 경험하기도 한다. 살인으로 인한 끔찍하게 훼손된 시신, 교통사고나 화재, 가족 간의 동반자살에 따른 변사 사건 등 비극적인 상황에 대해 반복적으로 노출됨으로써 정신적 위험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이처럼 외상 사건의 반복적인 노출은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으로 발전할 수 있는 위험성이 매우 높다. PTSD는 실제로 신체에 해를 입거나 위협을 당하지 않더라고 나타날 수 있다. 일생동안 인구집단의 30% 정도가 외상사건에 노출될 수 있고, 이 중 10~20%가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고통을 겪을 수 있는데, 경찰관들은 10명 중 7명 이상이 PTSD를 경험했던 것으로 나타난 연구결과도 있다. 이처럼 직업의 특성상 경찰관들이 수행하는 대부분 업무가 위험을 동반하며,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처럼 경찰공무원은 위험한 업무특성 이외에도 야간근무 및 불규칙한 근무패턴 등으로 인한 유병률도 높아 순직 및 공상에 대한 우려가 상당하다. 이에 대한 정책적 배려와 국가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경찰공무원들의 사기 제고와 함께 그들의 희생정신을 고려해 순직 처리 기준을 현실성 있게 수정할 필요가 있다.

최일선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경찰이 소신 있게, 자랑스럽게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은 경찰이 지킨다. 경찰의 생명과 재산은 국가가 지켜줘야 한다. 이는 경찰뿐만 아니라 소방, 군인 등 모든 제복을 입은 공무원들에게 해당한다. 이들의 숭고한 국가관과 사명감, 희생정신이 안전하고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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