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발이 걷고 있다
냄새 없는 발이다
나는 아주 커다랗고 하얀 발을 갖게 되었다
수상한 냄새나
아찔한 냄새 같은 거, 그런 것도 없이
정말 잘 살 수 있을까?
흔적도 없이
마음도 없이
두 개의 발이 나란히 걷는다
개의 발자국 같은 것이 남는다
<감상> 귀를 닫으면 소리가 들리고 눈을 감으면 꽃이 보인다. 입을 다물면 어떤 맛이 불려올까. 코를 막았을 때처럼 너의 향기가 혀끝에서 맴돌까. 벚꽃이 들리고 벌 소리가 보인다. 비가 내려도 햇빛이 보이고 비가 내려도 꽃 피는 소리가 보인다. 그러나 그 뒤안길에서 돌아보면 나는 사람도 아니었으니 도대체 나는 무엇…. (시인 최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