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길을 걸어가든 걷는 일에 집중하다 보면 생각이 단순해지고 몸이 가벼워짐을 느끼게 된다. 나에게 주어진 작은 것과 사소한 것에 진정으로 감사하고 나 자신의 인생에서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지 한 번 더 확인하고 되돌아보면 성숙해지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윤석홍 시인이 ‘존뮤어 트레일’을 다녀와서 쓴 책의 한줄이다.

윤 시인이 다녀온 미국 캘리포니아 존 뮤어 트레일과 스페인의 ‘카미노 산티아고’, 캐나다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을 세계 3대 트레일이라 한다. 이들 걷는 길은 저마다 독특한 환경과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카미노 산티아고는 누구나 한 번 쯤 걸어보기를 꿈구는 길이다.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순례지로 프랑스에서 피레네 산맥을 통해 스페인 북부를 통과하는 길이다. 이 길은 9세기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성 야고보의 유해가 발견됐다고 알려져 유럽 전역에서 많은 순례객들이 몰리면서 유명해졌다.

우리나라에도 원조격인 지리산 둘레길이 생긴 이후 전국 곳곳에 모두 550개 가까운 걷는 길이 만들어졌다. 걷는 길이 인기를 끌게 된 것은 TV여행 프로에서 걷는 길을 소개하고, 다녀 온 사람들의 여행기가 속속 발간되면서부터다. 20~30년 전만해도 일부 등산 마니아에 의한 산의 능선을 걷는 종주길 걷기가 인기였는데 10여년 전 부터는 둘레길 걷기 열풍이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지난해부터 정부가 한반도 둘레 약 4천500㎞를 하나로 잇는 ‘코리아 둘레길’을 만들고 있다. 동·서·남해안과 비무장지대를 아우르는 길로 산티아고 순례길의 3배나 된다. 이중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부터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총 연장 770㎞의 동해 해파랑길은 이미 만들어져 있다.

경북일보가 경주시와 포항시, 영덕군, 울진군 등 4개 시군의 해안을 따라 연결된 294.7㎞의 아름다운 해파랑길을 두 여류작가가 걸어보고 글을 연재하는 ‘해파랑길을 걷다’를 연재한다. 해파랑길에 이야기와 정신을 불어넣어 세계인들이 걷고 싶은 길이 되게하는 첫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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