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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섭 삼국유사사업본부장
늘 그래 왔지만, 최근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제관계는 긴박과 위급 그 자체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일본이라는 강대국 서열 1, 2, 3, 4위의 초강대국들이 한반도를 에워싸고 있을뿐더러, 현재 모두 강경파들이 집권하고 있다. 게다가 호전적이고 비합리적이며 잔인한 북한의 김정은이 계속 도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침내 대북문제 해결을 위한 모든 옵션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호주로 향하던 미국의 핵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동해로 되도는 등 어마어마한 화력의 미국의 전략자산들이 한반도로 배치되고 있다. 항간에는 북폭 임박이 경고되고 있으며 미국 NBC방송은 ‘나이틀리 뉴스’를 한국에서 진행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공석이고 정치권은 대선에만 몰두하고 있다.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미국에 전달하고 협의해야 할 확고한 권위를 가진 자가 없는 격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야 한다는 데는, 국내의 어느 정치가도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 일본 어느 나라도 이의가 없어 보인다. 다만 그 방법론이 문제다. 현재 강세를 보이고 있는 야권주자들은 어떤 형식이든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을 중시한다.

역사를 통하여 적국이 있고 강대국 사이에 끼인 나라는 화전(和戰) 양면의 외교안보전략을 구사하면서 강력한 국민단합과 확고한 국방 의지와 국방력을 전제로 하여야만 그 존립이 가능하다. 신라는 백제와 고구려라는 두 강대국에 포위되어 생존의 위협을 받았으나, 임금으로부터 서민들까지 단합하여 국가를 지켰고 다시 당나라를 이용하여 삼국통일까지 이루었다. 한반도에 눌러앉아 지배하려는 당나라와는 화전 양단의 전략을 구사하여 마침내 평양에 있던 안동도호부를 압록강 넘어 멀리 내쫓았다. 스위스가 만세중립국을 유지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강력한 민방위 체계와 국민의 국방 정신이다. 조광윤이 세운 조송(趙宋)은 신흥강국 요(遼)에 매년 비단 20만 필, 은 10만 냥을 보내는 조건의 ‘전연의 맹’을 맺고 평화를 얻었으나, 곧 금(金)의 침공을 받아 수도인 개봉을 빼앗기고 남쪽으로 달아났다.

자고로 평화를 원한다며 대화에 매달리고 군비를 소홀히 하면 그 결과는 속국이 되든가 멸망하든가 둘 중의 하나다. 평화를 존중하므로 전쟁에 대비하며 강토를 애호하므로 전력을 갖춘다. 사랑하는 가족과 동포들의 안전을 위하므로 군대가 필요한 것이다. 옛 병서의 격언이 생각난다. ‘나라가 비록 크더라도 전쟁을 좋아하면 반드시 망하고 (國雖大 好戰必亡), 천하가 비록 편안해도 전쟁을 잊어버리면, 반드시 위태롭다(天下雖安 忘戰必危)’

나라를 다스리는 최고 책임자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염려하고 대비하여야 한다. 가장 나쁜 말은 ‘설마’이다. 매사 준비를 잘하는 일본도 2011년 센다이 대지진을 맞았다. 선제타격의 확률이 10%라도 당국자는 이에 대비해야 한다. 이 점을 생각할 때, 박근혜 대통령의 개성공단 철수는 참으로 잘한 결단이었다. 김정남 암살사건에서 북한은 말레이시아인 9명을 평양에 억류하여 인질로 삼지 않았는가? 우리나라와 미국이 북한과의 수많은 대화를 했지만, 준 것은 시간과 돈이요 받은 것은 협박과 핵이다. 이제 마지막 고비다 정신 바짝 차리고 조금만 더 조이면 무언가 변화가 일어날 것 같다. 대선후보들이 진솔하게 안보에 관하여 토론하며 시청자의 의견을 구하는 광경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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