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만큼이나 한국의 외교적 권위가 손상받은 적이 있었을 까 싶다. 수년 전부터 일본은 주권국가인 대한민국의 영토인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개탄스러운 일이 계속되고 있고, 지난해부터는 중국이 한국에 배치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한 배치반대로 무역갈등 등 한중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부터 북핵 6자 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방한해서 정치판을 자기네 안방처럼 돌아다닌다. 오늘 12일에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인 11일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에 이어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선대위 총괄본부장 등을 만나 사드 등 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 우 대표는 방한 첫날 윤병세 외교장관을 예방하고, 우리 측 6자 회담 수석대표인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핵 협의를 했다.

우 대표의 방한 목적은 한국 권력교체기를 맞아 각 ‘대선캠프’ 탐색을 하기위함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사드 문제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생각을 듣고 중국의 입장을 전달하는 게 주목적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외교관이 대선 후보들을 돌아가며 공개적으로 접촉하는 행태가 한국을 무시하는 오만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은 한나라 이후 한국을 속방처럼 여기며 동아시아 패권 국가 행세를 한 것을 그리워하고 있는 듯하다. 일본 외교관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4일 귀임한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를 만나 한일 위안부 합의 준수를 촉구하겠다고 언론에 밝혔다.

중일의 외교관이 문제가 아니라 한국 정치인들이 주권국가 위정자 답지 않게 자존심이 없는 행태가 문제다. 정부수반이 탄핵 당한 상태에서 권력 전환기에 한국 정치판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한국은 중일러미 등 4강의 이해 관계에 둘러싸인 중간지대국가다. 강국의 압박 속에 지난 5천년 국가를 유지해왔던 선열들의 자존심과 자주성이 다시금 생각난다. 정치인들은 외국 정부의 관리를 만날 때 대한민국의 권위와 전통에 어긋나지 않게 처신을 할 것을 주문한다. 특히 대통령이 부재한 상태에선 정치인 모두가 대통령이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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