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철고 졸업…3년 만에 주전 골키퍼 출전 '잇따른 선방쇼'

강현무 포항스틸러스 선수
올시즌 개막직전 12년간 포항 골문을 지켰던 ‘화용신’ 신화용이 수원으로 이적하면서 뒷방공백이 우려됐던 포항스틸러스에 새로운 스타가 떠올랐다.

그는 바로 지난 2014년 포항스틸러스에 입단한 뒤 3년 동안 눈물젖은 빵을 먹으며 절치부심해 왔던 강현무다.

지난 2014년 포철고를 졸업한 뒤 포항에 입단한 강현무는 3년 동안 주전 골키퍼 신화용과 김진영의 그늘에 가려 단 한 차례도 경기장을 밟지 못한 채 하염없는 기다림을 이어왔다.

고3이었던 2013년 대교눈높이 전국고등리그 왕중왕전에서 골키퍼상 수상과 2014년 U-19 국가대표로 활약하는 등 아마무대에서는 내로라하는 골키퍼였지만 신화용 앞에서 너무도 작아졌다.

그리고 신화용 뒤에는 김진영이 버티고 있었기에 백업자원으로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신화용이 수원으로 이적하면서 기회가 오는 듯 했으나 포항이 신화용 대신 국가대표출신의 노동건을 임대영 입하면서 또다시 3인자로 내려 앉았다.

여기에 포철고 후배이자 고교축구 골키퍼 1인자로 군림해 왔던 후배 김로만의 등장은 그를 더욱 긴장시켰다.

그러나 그는 실망하지 않았다.

겨울 전지훈련에서 또한번 더 많은 땀을 흘린 강현무에게 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잇따른 선방쇼를 펼치는 강현무 선수.
올시즌 주전골키퍼로 준비됐던 김진영이 지난 2월 장기부상을 당한 데 이어 노동건마저도 시즌 개막전을 치른 뒤 부상을 당하면서 출전기회가 온 것이다.

2017년 3월 1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은 그의 축구인생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이날 주전 골키퍼로 장갑을 낀 강현무는 떨리는 마음으로 경기에 나선 뒤 빠른 스피드로 몰아치는 광주의 파상적인 공세에 3년 동안 눈물의 세월을 보내며 쌓아온 내공을 발산시켰다.

2-0 포항의 시즌 첫 승리를 지켜낸 것이었다.

강현무는 이날 경기가 끝난 뒤 그라운드에 엎드려 지난 3년의 설움을 털어내듯 눈물을 흘렸다.

K리그 데뷔전을 잘 치러낸 기쁨도 있었지만 주전 골키퍼가 김진영과 노동건이 부상에서 돌아오면 언제 다시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을지 모를 불안감도 함께 스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순호감독은 이 경기에서 신인답지 않은 좋은 모습을 보여준 강현무에게 3라운드 강원전에 또다시 장갑을 낄 기회를 줬다.

잇따른 선방쇼를 펼치는 강현무 선수.
이 경기서 비록 2실점 했지만 이근호를 앞세운 강력한 공격을 동물적 감각의 순발력으로 막아내며 팀의 2-2무승부에 힘을 보탰다.

2경기 연속출장으로 자신감을 얻은 강현무는 지난 1일 전남전에서도 잇따른 선방쇼를 펼치며 승리를 지켜낸 뒤 9일 인천전에서는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특히 9일 인천전 전반 인천 김도혁이 크로스를 보내는 척 페인팅을 한 뒤 기습적인 강력한 왼발슛을 날렸으나 강현무는 비호처럼 날아 쳐냈다.

이후에도 수차례의 위협적인 슛을 막아내자 포항 공격수들이 공세에 나서 2-0승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이날 경기에서의 활약을 지켜본 경기감독관은 강현무의 활약에 K리그 클래식 5라운드 최고의 점수를 매겼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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