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천 최병국 고문헌 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문재인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최근 국내 사드배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고수해오다 “북한이 계속 핵 도발을 한다면 사드 배치가 강행될 수도 있다”고 종전의 주장에서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사드 배치는 국가 합의 사항인 만큼 존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나 국민의당의 당론은 아직 “사드 배치 반대”를 고수하면서도 당론 변경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5· 9대선전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에 선제 타격도 불사한다”는 대북 핵 강경정책이 발표되고 난 뒤 탄핵정국의 대선전이 안보전으로 바뀌자 국방 문제에 대해서는 항상 정부 정책에 안다리 걸기만을 해오던 문재인, 안철수 캠프 측이 부랴부랴 안보정책을 바꾸는 시늉을 하고 있다.

이들 양당의 변화는 보수 쪽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얄팍한 조치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이들 양당이 지금까지 추진해온 안보관을 보면 이 사람들의 본심을 읽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지난해 한·미 양국이 국내 사드배치를 공식화하자 “사드 문제는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방어용 군 장비의 국내 배치는 국민투표의 요건도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다. 이 주장이 잘못된 것으로 알려지자 며칠 뒤 안 후보는 이 주장을 철회하고 사드배치에 대해서는 계속 딴죽을 걸다 지난해 10월에 와서야 보수 쪽의 표를 의식해 “국가 간의 합의를 존중해야 한다”면서 찬성 반향으로 입장을 바꾸었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안 후보의 뜻과는 달리 지금까지 사드배치 반대 당론을 고수하고 있다. DJ정부시절 절대적 햇볕론자들인 박지원, 천정배, 정동영 등이 국민의당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사드에 대한 당론이 바뀔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안 후보는 지난 2월에 사드의 당론 변경을 추진했으나 햇볕론자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안 후보 홀로 찬성의 편에 서 있다. 최근 들어 안보 대선전이 되면서 안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 집권 가능성이 커지자 당내에 당론 변경 움직임이 있으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표를 얻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해 보인다.

과연 안 후보와 국민의당의 사드배치에 대한 안보관이 어느 쪽이 진실한 모습인지 알 수가 없다. 안 후보가 보수 쪽의 표를 받아 집권하게 된다면 당내 햇볕론자들의 본심이 어떻게 나타날지 두고 볼 일이다.

민주당의 문 후보 측 인사들도 “국내 사드배치가 북핵을 악화시킨다”며 중국을 대변하는 듯한 입장을 보여 왔다. 문 후보도 지난해부터 줄곧 사드배치를 줄기차게 반대해오다 지난 연초부터는 “사드 배치 문제는 차기 정부로 넘기고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자”라며 한발 물러서는 입장을 보였었다. 주한미군의 방어 장비 배치가 국회 동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안 후보는 여소야대의 현실을 이용해 이 같은 억지 주장을 펴왔다. 안 후보는 최근 들어 한반도의 안보 위기설이 대두하면서 대선 정국이 안보정국으로 돌변하자 지난 10일 갑자기 “북한이 계속 핵 도발을 하고 미사일을 고도화한다면 사드배치가 강행될 수도 있다”고 말을 바꾸었다.

문 후보는 대선 정국에 한반도의 위기설이 외신을 통해 전해지자 자신의 안보관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보수 쪽 표를 의식하여 이렇게 말들을 자꾸 바꾸어 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을 머리 위에 얹고 사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면 국민의 안위가 뚜렷한 안보관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선거판의 상황에 따라서 안보관이 가볍게 바뀌는 이들 후보와 당들을 국민은 과연 믿어야 할지 불안한 심리가 날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한반도의 안위가 세계적인 관심사로 부상한 가운데 당사자인 대한민국이 제외된 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에 달린 우리의 안보 현실에서 대선 주자 중 누구 한 사람도 5천만 국민을 대변하는 ‘우리의 입장’을 미국과 중국에 당당히 밝히지 못하고 기껏 하여 사드배치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의 문제를 두고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이불 속 싸움질만 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어찌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의 국가관에 관한 그릇의 크기와 깊이가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지 유권자의 한사람으로 부끄럽다는 말 이외는 할 말이 없다. 선거일이 가까워져 올수록 “대통령감이 없다”는 세평(世評)을 후보들은 새겨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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