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또 죽였습니다


밥 안 먹는다고, 말 안 듣는다고, 거짓말한다고, 떼쓴다고,

하나, 둘, 사라지는 아이들


옷도 걸치지 않은

맨살의 꽃잎이 솟아오릅니다

피가 통한다고

함부로 꽃밭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밥 잘 먹어도, 말 잘 들어도, 거짓말 안 해도, 떼 안 써도

그 밖의 이유로

아이들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우리 손은 정말 따뜻한데

그 손으로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나 하는지,

기억은 거짓말을 잘하니

차라리 눈을 감아 버릴까요


우리는 손에 피를 묻히고 꽃이라 부르지 않습니까






감상) 생각해 볼까요 오늘 내 눈이 본 것에 대해, 내 귀가 들은 것에 대해, 오늘 내 손이 만진 것에 대해, 생각해 볼까요 내가 못 본 척 지나간 어떤 것, 내가 못 들은 척 돌아서 버린 어떤 것, 내가 모른 척 손 놓아버린 어떤 것에 대해, 우리는 왜 이렇게 모른 척 왜 이렇게 아는 척 살아가는 걸까요.(시인 최라라)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