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동시압박 와중 "핵실험 언제든 가능…우리는 시리아와 달라" 선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강도 압박에 직면한 북한이 외교와 군 당국을 내세워 ‘항전’ 의지를 천명함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더욱 긴장되고 있다 .

북한은 14일 한성렬 외무성 부상의 외신 인터뷰 형식으로 “미국이 선택하면 전쟁에 나서겠다”, “미국의 무모한 군사작전에 선제 타격으로 대응하겠다”, “최고 지도부가 결심하는 때 핵실험을 하겠다”는 등의 강도 높은 언사를 내놓았다.

4월 북한 도발의 첫 번째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 오는 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을 하루 앞두고 외무성의 핵심 인사가 육성으로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는 점에서 외교가는 그 배경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한성렬 부상은 “지금 트럼프 행정부의 대조선정책은 역대 행정부들의 대 조선정책에 비해 볼 때도 더 악랄하고 더 호전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의 고강도 대북압박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 ‘중국이 하지 않으면 독자적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등의 말과 칼빈슨 항모 선단의 한반도 전개 등에서 나타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메시지를 ‘접수’했음을 밝힌 것이다.

그런 바탕 하에서 ‘전쟁’, ‘어느 때든 핵실험’ 등의 고강도 발언을 한 것은 액면상 미국의 압박에 ‘강대강’으로 맞서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한성렬 부상이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악랄하고 호전적’이라는 등의 평가를 한 것이 중요해 보인다”며 “자신들도 강경한 대응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음을 분명히 천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북한은 같은 날 저녁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일본 본토와 오키나와, 괌도를 비롯한 태평양 전구안의 미군 기지들은 물론 미국 본토까지 우리의 전략 로케트군의 조준경안에 들어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며 미국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건드리길 마다하지 않았다.

성명은 이어 “얻어맞고서도 즉시적인 대응이 없은 수리아(시리아)처럼 우리를 대한다면 그보다 더 큰 오산은 없을 것”이라며 지난 6일(현지시간) 미중 정상의 만찬 직후 이뤄진 시리아 공습이 준 대북 경고 메시지에 굴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했다.

북한이 중대 국면에서 강경한 대미 메시지를 내 놓음에 따라 현재 준비가 마무리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6차 핵실험 단행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외무성 부상 인터뷰와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밝힌 메시지를 핵실험이라는 행동으로 옮김으로써 한반도 정세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가는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을 쓸 가능성에 외교가는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6∼7일 ‘마라라고 정상회담’ 이후 미국과 중국이 북핵 해결을 위해 한창 머리를 맞대고 있는 시기에 북한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을 단행하려면 상당한 고민과 손익 계산을 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트럼프발 압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도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의 최근 방한 등 계기에 북한이 중대 도발에 나서면 고강도 제재에 동참할 것임을 밝힌 점, 중국 관영매체에서 대북 원유공급 중단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 등을 북한도 무시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시 말해 북한으로서는 현 시기에 도발할 경우 가장 강력한 제재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는 것과, 역설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는다는 결기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때라는 양 측면을 놓고 심각한 저울질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용석 책임연구원은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에는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는 상황에서 가장 강도가 높은 핵실험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실제로 핵실험을 단행할 가능성과 모양새를 보이려는 측면일 가능성이 병존한다고 평가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어쨌든 북한은 (한성렬 부상 인터뷰 등을 통해) 임의의 시각, 임의의 장소에 핵실험을 한다는 입장을 던져두었기 때문에 도발에 ‘숨고르기’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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