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초 공항 의장대 사열도…전문가 "다른 고위층과 차별화"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15일 개최된 열병식에서 축하연설을 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연합
최룡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태양절) 열병식 연설을 통해 달라진 위상을 한껏 과시했다.

최룡해 부위원장은 이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개최된 열병식 중간에 축하연설을 통해 “미국이 무모한 도발을 걸어온다면 우리 혁명무력은 즉시 섬멸적 타격을 가할 것이며 전면전쟁에는 전면전쟁으로, 핵전쟁에는 우리식의 핵 타격전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최근 미국에서 대북 선제타격론이 제기되고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한반도 주변으로 출동하는 등 북미 간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에서 미국을 향한 북한의 ‘결사항전’ 의지가 최룡해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박봉주 내각 총리 등 북한의 최고위층이 주석단에 포진했지만, 북한의 대외 입장을 공식 대변할 정도로 최룡해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한 당국이 초청한 해외 취재진 2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일성 광장 주석단에 올라 연설할 수 있는 지위를 김정은으로부터 부여받은 것이다.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주석단 입구에서 김정은을 환영하는 모습이 포착됐으나 주석단에 자리 잡지 않았다. 89세 고령의 김영남은 열병식 행사가 끝난 후 나타나 김정은을 따라가며 박수 친 점으로 미뤄볼 때 건강상 이유로 행사 중에는 주석단 별도의 공간에 머물렀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때 혁명화 교육을 받는 등 정치적 위기를 맞았지만, 올해 들어 최룡해의 위상이 몰라보게 강화된 것이 잇따라 감지됐다.

최룡해는 지난 1월 초 니카라과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하고 귀국할 때 모두 공항에서 명예위병대를 사열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지난해 5월 적도기니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출국했을 때 리무영 공업상 등이 공항 로비에서 손을 흔드는 데 그쳤던 상황과 대조를 이뤘다.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을 제외하고 공식적으로 의장대를 사열한 인물은 최룡해가 유일하다.

또 최룡해는 지난 1월 북한의 대표적 생산시설인 황해제철기업소를 ‘현지요해’한 것으로 북한 매체에 보도됐다.

현지요해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현지지도’보다 등급이 낮지만, 과거 노동당 비서에 해당하는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9명 가운데 현지요해가 보도된 것은 최룡해가 유일했다.

최룡해는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 5주기 때 김영남이 직전까지 3년 연속 맡았던 추도사 낭독을 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북한 매체는 최근 들어 최룡해 부친인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을 부쩍 띄우는 추세다.

이 같은 ‘최현 띄우기’에 대해 최룡해의 최근 위상 변화와 연관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빨치산 후예인 최룡해가 북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다른 고위층과는 차별화된다”면서 “김영남의 불참 속에 최룡해가 김일성광장에서 공개 연설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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