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성일 행정사회부 부국장
북핵으로 인한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에 이은 핵 항공모함 칼빈슨호의 한반도 진출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 틈을 타 일본은 한반도 위기설의 불을 지피면서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개헌 추진에 발맞춰 일본의 무장 강화의 명분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와 명분을 쌓고 있다. 미국의 북한 선제 타격론 등의 의사결정에는 대한민국이 없다. 우리에게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은 채 우리의 운명을 결정지으려고 한다.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발생하면 우리 민족이 멸망할 수도 있는데 ‘강 건너 불 보듯’이다

이처럼 동북아질서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데 대한민국은 장미 대선을 앞두고 정당 후보들이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기는커녕 상호비방전을 펼치는 한심한 정치행태를 보이고 있다.

국정농단을 탄핵으로 심판했으면 새로운 국가발전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다음 정권을 쟁취하려는 후보들이 가져야 할 태도이다.

자기들만 탄핵정국의 일등공신이어서 다음 정권은 자신들이 차지해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그러면 작금의 국제질서를 엄중히 인식하고 대처를 하는 진정한 주인의 모습을 보여야지 상대 후보 인신공격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 실망스럽다.

탄핵정국 승리에 도취한 세력들이 또 다른 탄핵정국을 낳을까 걱정되는 현실이다. 유명 칼럼니스트의 ‘외부 적과의 싸움엔 등신, 집안싸움은 귀신’이라는 말이 절절히 와 닿는다.

그들은 장미 대선의 어수선한 정국으로 봄이 눈에 들어올 리 없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지는지 관심은 없고 온통 장미의 계절 5월에 가 있다.

대통령 탄핵으로 예정보다 빨리 다가온 정치의 계절이 숨 가쁘게 들이닥친다. 한국의 정치는 진보와 보수라는 이름으로 촛불과 태극기로 표출되고 있다.

이들은 각자의 주장만이 유일한 선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다른 주장의 공유는커녕 저주에 가까운 시선을 보낸다. ‘다름’에 치를 떨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다. 과거엔 광장의 외침이 이정표가 됐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유권자들의 교육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개개인의 생각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그 생각이 보수와 진보로만 표출되는 것은 아니다.

세상 흐름에 대한 ‘객관적 관조’라고나 할까, 비교적 세상에 대한 평형감각을 갖춘 능력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건강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진보와 보수로 위장된 탐욕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자’가 침묵세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으로 등장하고 있다.

광장의 외침에 현혹되지 않는 힘이 축적되고 있다.

반면에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은 아직도 자신들이 세상을 움직이는 추동력이라고 믿고 있다. 그들은 순수한 동기를 잃어버린 채 이념을 이익 실현의 도구로 전락시켰다.

이번 대선엔 물밑에서 벌어지는 여론조사 진영과 빅데이터 진영 간 경쟁이 치열하다. 누가 더 예측을 잘하느냐 경쟁이다.

그러나 침묵하는 사람의 생각은 알 수가 없다. 그들은 전화를 아예 안 받거나 받았지만 끊어버리는 사람, 검색도 댓글 달기도 하지 않는다.

여론조사건 빅데이터건 침묵엔 장사가 없다. 그만큼 예측은 빗나간다. 침묵은 결코, 소리를 내지 않는다. 다만 결정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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