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종석 새경북포럼 구미지역 위원 정치학박사

본디 사람의 본성은 자기 귀에 거슬리는 이야기를 듣기 싫어한다.

‘도오선자 시오적, 도오악자 시오사 (道吾善者 是吾賊 道吾惡者 是吾師)’ 명심보감 정기편에 나오는 말로 나를 칭찬하는 이는 나를 해치는 적이요, 나의 허물과 잘못을 말하는 이는 나를 위하는 스승이라는 뜻이다. 쉽고도 지극히 상식적인 진리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기를 칭찬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가까이하며 자신의 허물과 잘못을 말하는 사람을 멀리하여 적으로 여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구속된 후 오늘 뇌물수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다.

뇌물수수를 비롯해 13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고 하지만, 정작 본인의 입장은 사익추구와는 다르며 완전히 엮인 것으로 억울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원칙과 신뢰의 상징이며 국가와 결혼한 최초의 여성대통령인 자신이, 평생을 애국과 민족에 헌신하면서 국가를 위해 사심 없이 일했다고 생각했는데, 한순간에 피의자로 전락한 자신의 처지가 얼마나 비참하고 참담하겠는가.

그 억울함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한편으로 가장 가까운 측근인 비선 실세에 의해 국정을 농단 당하고, 탄핵당하는 그 순간까지도 자신이 몰랐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하기가 힘들며, 국민은 고개가 갸웃해진다. 검찰에서 이야기하는 차고 넘치는 증거들과 주위 참모들의 증언을 어떻게 설명하며, 그 억울함을 풀 수 있을 것인가.

4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했던 당시, 송년회의 인기곡 중 ‘나 같은 건 없는 건가요’라는 대중가요가 있었다.

당시 새누리당의 대선 공신들이 자신을 중용해달라는 요구의 노래로 즐겨 불렀기도 하였다는데,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을 적극적으로 돕고도 새 정부 들어 발탁되지 못한 친박 의원들의 심정을 노래로 대신하였다고 하여 신문에서도 기사화된 적이 있었다.

잘 알려진바 와 같이 친박, 비박, 홀박, 짤박, 진박 등은 당시 대통령을 중심에 두고 충성경쟁을 벌인 측근 정치집단으로 오늘의 사태를 불러온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대만 행복하면 그만인가요. 더 이상 나 같은 건 없는 건가요?’ 에서 ‘더 이상 국민은 없는 건가요?’로 개사해서도 불렀던 당시의 노래에서 오늘의 사태를 예견할 수만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보약은 입에 쓰듯이 충언은 귀에 그슬리기 마련이다. 그토록 참모들이 요구한 대면을 기피한 이유에는 독대를 의식한 피해를 줄이고자 한 이유도 있었지만, 직언은 충언이며 곧 소통이라는 점에서 대면을 기피한 것이 화를 자초한 단초임은 틀림없다.

평생을 손에 익은 수첩에서만 인재를 찾다 보니 인재의 등용을 넓히지 못했고, 레이저 눈빛으로 참모를 제압하여 더 이상 충언을 용납하지 않음으로, 결국 허드렛일을 하는 가사도우미에게 국정을 의존하여 농단했던 사태의 책임은 오직 박근혜 전 대통령 자신일 수밖에 없다. 진실이 아닌 거짓말이라도 좋으니 상대가 듣기 좋은 말만 하라는 친구의 말이 일상생활에서는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권력을 가진 위정자들은 거짓이 아닌 진실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되돌아봐야 할 시절이 하 수상한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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