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해파랑길의 첫 시작은 주상절리와 바다를 보며 걸을 수 있는 하서항에서 나아해변까지의 길입니다.

 

하서항에 도착했을 때 가장 눈에 띈 것은 방파제 끝에 우뚝 서 있는 하트 모양의 대형 자물쇠였습니다. 하트 모양의 자물쇠와 포구는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자물쇠가 있는 곳을 가는 길 방파제 벽면에 신라의 충신인 박제상에 관한 일화가 짧게 언급되어 있습니다.

 

실성왕 때 내물왕의 아들인 미사흔을 왜국에 볼모로 보내야 했고 또한 고구려에 미사흔의 형 복호를 볼모로 보내야 했습니다. 미사흔과 복호의 형인 눌지왕이 즉위하고, 눌지왕이 볼모로 보내진 동생들을 그리워하며 슬퍼하자 박제상은 고구려에서 복호를 구출해 왔습니다. 그리고 다시 미사흔을 구하기 위해 바로 왜국으로 떠났습니다. 박제상의 아내는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되고 매일 항구로 나가 박제상을 하염없이 기다립니다. 박제상은 왜국에서 미사흔을 무사히 탈출시키지만 자신은 왜국에 포로로 잡혀 모진고문을 당하다 목숨을 잃게 됩니다. 구전으로 내려오는 설화에는 박제상의 아내가 하염없이 박제상을 기다리다 지쳐 죽어 망부석이 되었다거나 죽어서 새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옵니다.

바다를 배경 삼아 우뚝 서 있는 사랑의 자물쇠는 어쩌면 박제상 부부의 애틋한 사랑과 생애 이루지 못한 재애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세워진 게 아닐까요?

사람들은 박제상의 이야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가족의 행복과 연인 간의 영원한 사랑을 바라는 자물쇠를 달거나 자물쇠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행복한 추억을 담습니다.

 

주상절리를 보기 위해 하서항을 뒤로하고 주상절리라 표시된 화살표를 따라 걷습니다.

몇 걸음 가지 않아 곧바로 주상절리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주상은(柱狀) 기둥을 , 절리(節理)는 틈을 뜻하는데 분출한 용암이 지표면으로 솟구치다 찬 공기를 만나 수축하는 순간, 그 찰나에 육각 또는 오각형의 기둥 모양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경주의 주상절리는 발달규모나 형태가 남달라 그 크기와 다양성에 있어 뚜렷한 차별성을 띠고 있습니다.

 

시원한 파도소리를 벗 삼고 주상절리를 눈요기 삼아 걷다 보면 아직은 공사 중인 주상절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조망타워가 나옵니다. 조망타워와 동해안 지질공원 거점센터가 완공되면 역사문화 유적지에 관한 일반인의 관심도가 더 높아질 것 같습니다.

 

부채꼴 모양의 주상절리가 보이는데요. 주름치마나 꽃봉오리 같다는 표현이 다 맞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모양의 주상절리들의 보며 천혜의 지질 박물관이라는 지칭이 과하지 않게 느껴집니다.

 

느리게 가는 우체통이 한편에 있습니다. 탁 트인 동해 를 보며 문득 생각났던 사람들에게 엽서 한 장 보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갈해변을 걷고 그 길을 지키는 수문장인양 사람들을 맞는 백구와 누렁이를 지나쳐 걸으면 읍천항이 나옵니다. 아무런 치장 없이 그냥 우뚝 선 하얀 읍천 등대도 보입니다. 작은 항구엔 노동을 내려놓은 어선이 물결에 잠시 몸을 맡긴 채 햇빛 바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읍천항을 지나 또 걸으면 둥그스름하게 이어진 해변 저편에 월성원자력 발전소가 보이는데요. 오늘의 마지막 종착지인 나아해변입니다. 몽글몽글한 예쁜 자갈들이 인상적인 해변입니다.

 

하서항에서 양남주상절리 파도소리길 과 읍천항을 거쳐 나아해변까지 1.9km 의 해파랑길은 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파도 소리를 마음껏 감상하며 걸을 수있고 조망이 뛰어난 카페가 많고 길이 완만해 테이크 아웃한 커피 한잔을 들고 여유롭게 걸으면 더없이 즐거운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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