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와서 장미 정원처럼 열렸다.
모래와 하늘은 터키석에 새겨진
한창 때의 꿀벌통처럼 고동쳤다.
당신 손은 종처럼 울리는 음절들을 만졌고,
컵들과 노란 기름으로 가득한 통들,
꽃잎, 샘물,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랑을 만졌다.
사랑이여: 당신의 깨끗한 손은 국자들을 지켰다.
오후는 ……그랬다. 조용히 밤은
잠든 남자 위로, 그 천상의 피막을 살그머니 움직였다.
인동덩굴은 그 슬픈 야생향기를 퍼뜨렸다.
(후략)
감상)내가 엎드려 마루를 닦고 앞치마도 없이 국을 끓이고 김치를 썰며 먼저 한 입 우적우적 씹어 먹는 모습들이 사랑스럽다고요? 소파에서 낮잠을 자고 헝클어진 종이들을 치우지도 않고 며칠 전 먹은 바나나 껍질을 고스란히 책상 위에 두어도 내가 사랑스럽다고요? 당신이 네루다라면 가능하겠지만.(시인 최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