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양나라 양왕은 맹자에게 물었다. “천하가 어떻게 정해 지겠습니까” “하나로 정해집니다” 맹자의 대답에 양왕은 다시 물었다. “누가 하나로 할 수 있습니까” “사람을 죽이기를 좋아하지 않는 자가 하나로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누가 그와 함께 하겠습니까” “천하에 그와 함께 하지 않는 자가 없습니다. 칠팔월에 가뭄이 들면 싹이 말라버립니다. 그러다가 하늘에서 억수같이 비가 내리면 그 싹은 쑥쑥 일어납니다. 이 같은 조화를 누가 막을 수 있습니까. 지금 천하의 임금 가운데 사람 죽이기를 좋아하지 않는 자가 없으니 만약 사람 죽이기를 좋아하지 않는 자가 있다면 천하의 백성들은 모두 목을 길게 빼고 그를 기다릴 것입니다.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백성들도 그에게 몰려 갈 것이니 그 대단한 기세를 누가 막을 수 있겟습니까” 맹자는 양왕에게 힘으로 밀어붙이는 패도(覇道)로서는 천하를 얻을 수 없음을 강조했던 것이다.

전국칠웅 가운데 양나라 양왕은 부국강병을 펼치면서 천하통일의 열망에 불타고 있었다. 전국시대 말기는 제후들이 영토 확장과 정복을 위해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켜 백성들을 사지로 몰던 시대였다. 맹자는 말을 이었다. “왕께서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알겠습니다. 땅을 넓히고 진나라와 초나라의 조회를 받으며 모든 나라의 중심에 서서 사방의 오랑캐를 어루만지고자 합니다. 그러나 지금 하고 계신 패도로서 바라는 바를 구하는 것은 마치 나무 위에 올라가 고기를 구하는 ‘연목구어(緣木求魚)’와 같습니다” 맹자는 백성들의 주검을 깔고 뻗어 가는 패도를 버리고 백성들을 살리는 길로 인도하는 왕도를 펼 것을 설파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탄핵 정국과 대선 정국을 통해 “친일 독재 사이비 보수 세력 청산”, “적폐청산”, “국가 대청소” 등 마치 프랑스혁명의 공포정치를 연상시키는 과격한 발언으로 국민 사이에 문 후보를 두려워하는 ‘문(文)포비아(phobia 공포증)’가 널리 퍼져 있다. 지지율 급등의 안철수 바람은 문 후보의 패도를 염려하는 보수층 반작용의 힘이 크다. 맹자의 통찰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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