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모습.연합
검찰은 17일 구속된 박근혜(65)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했다. 박 전 대통령은 법정에서 재판을 통해 최종적인 법의 심판을 받는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구속 후 구치소에서 다섯 차례 검찰의 방문조사를 받으면서도 혐의를 전면 부인해 향후 법정에서도 혐의를 부인할지 주목된다. 박 전 대통령은 대기업에서 걷은 돈으로 ‘통치 자금’을 조성했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부패혐의로 기소된 세 번째 대통령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오후 박 전 대통령을 ‘비선 실세’ 최순실(61)씨와 공모해 삼성 등 대기업의 뇌물을 받고 사유화 정황이 짙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774억원을 내게 강요한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강요·직권남용 등 혐의가 적용된 강제모금과 별개로 박 전 대통령에게는 기업의 돈을 직접 또는 제3자가 받은 혐의로 총 592억의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됐다.

박 전 대통령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제3자뇌물수수·제3자뇌물요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강요미수, 공무상 비밀누설 등 총 14개 범죄 혐의를 받는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와 공모해 삼성과 롯데로부터 각각 298억원과 70억원 등 모두 368억원의 뇌물을 받고, 이와 별개로 SK그룹에 89억원의 뇌물을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형법상 뇌물죄 조항은 돈을 받지 않아도 요구나 약속을 한 행위도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박 전 대통령의 공소장에 적시된 각종 뇌물 혐의액은 총 592억원에 달한다.

박 전 대통령은 우선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원활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게 해 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삼성에서 총 298억2천535만원(약속 후 미지급금 포함시 433억원)을 최씨의 독일 회사 비덱(약속 213억원, 실제 수수 77억9천735만원), 미르재단·K스포츠재단(204억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16억2천800만원)에 각각 주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중 동계센터 기부금과 관련해서는 직권남용·강요와 제3자뇌물수수가 모두 성립하는 ‘실체적 경합’(여러 개의 행위가 여러 범죄를 구성)으로 판단해 박 전 대통령에게 직권남용·강요와 제3자뇌물수수 혐의를 모두 적용해 기소했다.

박 전 대통령은 또 신동빈 롯데 회장으로부터 잠실 월드타워점 면세점 사업권 재허가 등 부정한 청탁을 받고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내게 한 혐의도 받는다.

이에 따라 검찰은 신 회장을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아울러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SK그룹에도 89억원의 뇌물을 요구한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측의 일방적인 요구에 그치고 약속이나 공여 단계에까지 이르지는 않았다는 결론에 따라 최 회장에게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53개 대기업이 자신과 최씨가 ‘공동 운영’한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출연하게 강요한 혐의(직권남용·강요)도 박 전 대통령의 중요 혐의 중 하나다.

검찰은 774억원의 출연금 가운데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낸 204억원은 강요의 피해액임과 동시에 제3자인 이들 재단법인에 제공된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이 밖에 △최씨 개인회사 플레이그라운드와 더블루케이 등에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강요 △최씨에게 공무상 비밀 문건 47건 제공 △문화예술인 지원배제 명단 운영 지시 △CJ 이미경 부회장 퇴진 강요미수 △최씨 측근인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 승진 청탁 등 혐의도 받는다.

아울러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롯데·SK와 관련 추가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해 공범인 최씨도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우병우 전 수석도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대통령 주변 비리를 감시해야 할 우 전 수석은 작년 가을부터 최씨의 존재가 알려지고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청와대 대책 회의를 주도하는 등 사안을 축소·은폐하려 한 혐의(직무유기) 등을 받는다.

특별수사본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관련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검사 31명 등 150여명 규모의 특별수사본부를 재구성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며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김정모 기자
김정모 기자 kjm@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으로 대통령실, 국회, 정당, 경제계, 중앙부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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