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
어떡하지,
이 봄을 아리게
살아버리려면?

신나게 웃는 거야, 라일락
내 생애의 봄날 다정의 얼굴로
날 속인 모든 바람을 향해
신나게 웃으면서 몰락하는 거야

스크랩북 안에 든 오래된 사진이
정말 죽어버리는 것에 대해서
웃어버리는 거야, 라일락,
아주 웃어버리는 거야

공중에서는 향기의 나비들이 와서
더운 숨을 내쉬던 시간처럼 웃네
라일락, 웃다가 지네
나의 라일락





감상) 누가 라일락 사진을 보내왔다. 빗속을 뚫고 오는 진한 향기를 하루 종일 맡는다. 라면을 끓이면서 맡고 커피를 마시면서도 맡는다. 라일락을 향해 찰칵, 사진 찍었을 사람의 손끝에 묻은 그 내음을 하루 종일 맡고 또 맡는다. 그가 오늘은 나의 라일락이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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