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원 경북생명의 숲 상임대표·화인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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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원 경북생명의 숲 상임대표·이재원화인의원 원장
57년 전 오늘(1960년 4월 19일)은 전국의 대학생과 중·고등학생, 심지어 초등학생까지 독재정권에 맞서기 위해 거리로 뛰쳐나왔고, 시민들도 불의에 항거하는 학생들의 시위대열에 동참해 독재정권을 우리 역사에서 퇴출한 시민혁명의 날이었다. 이로 인해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를 선언했고, 결국 하와이 망명길에 올랐다. 그리고 우리 국민은 그해 8월에 치른 대통령선거에서 윤보선을 당선시켜 제2공화국을 열었다.

이번 4·19는 여느 해와는 다르게 다가온다. 작금의 정치적 상황이 57년 전 당시의 시대적 맥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과 헌법 유린에 어린아이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촛불을 들었던 시민혁명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당했고, 검찰은 지난 17일 그녀를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내달 9일에는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다.

이승만 정권과 박근혜 정권의 퇴출은 둘 다 헌법과 법치, 민주정치를 유린하고 무시하고 파괴한 데서 비롯됐다. 이런 의미에서 4·19와 촛불은 국민이 직접 나서 그들의 부정과 불의를 종식시키고, 새로운 시대를 연 위대하고 역사적인 시민혁명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우리의 자유와 평등의 확대는 물론 민주정치의 확립은 전적으로 우리의 참여와 노력으로 이뤄진다. 다시 말해 민주정치의 확립과 발전은 그저 때가 되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참여와 노력, 그리고 희생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불의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오늘과 같이 4·19혁명의 희생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다채로운 기념식 행사를 벌이고 있다.

4·19 국립묘지에는 ‘정의의 불꽃’으로 불리는 9m 높이의 조형물이 있다. 이렇듯 4·19혁명의 정신은 바로 ‘정의’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 정의를 위해 수많은 희생을 치렀다. 특히 57년 전 오늘 당시 서울 종암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임동성 어린이는 형과 누나들을 따라 시위대 앞쪽에서 “부모 형제들에게 총부리를 대지 말라”며 외치다 경찰이 쏜 무차별 총탄에 맞아 숨졌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정의를 바로 세우지 못하고 있고, 우리 국민은 정의에 목말라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교수이자 정치철학자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이 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2010년 발매와 함께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이 책은 당시 미국에서는 10만 부 남짓 팔릴 정도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인문학 서적으로는 매우 드물게 100만 부를 훌쩍 넘어선 베스트셀러였다.

저자인 샌델 교수마저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 유독 인기를 끄는 데 대해 매우 놀라워했다고 한다. 지난 2012년 6월 연세대 노천강당에서 있었던 그의 특강에 고등학생과 대학생, 직장인 등 1만2천여 명의 청중이 몰리는 등 이례적인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유수언론인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국민이 공정성에 대한 욕구가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제19대 대통령선거운동이 22일간의 대장정에 올랐다. 도심의 주요거리는 다음 달 8일까지 서로 적임자임을 외치는 각 후보와 정파들의 선거운동으로 어수선할 것이다. 더욱이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일들도 비일비재할 것이다.

지난 16일은 또한 세월호 참사 3주기였다. 17일은 탄핵당한 전 대통령이 기소됐다. 참으로 아프고 잔인한 4월이다. 그러나 불의에 항거했던 4·19혁명의 정신을 오늘에 되새기며 이번 대선이 우리가 그토록 목말라하는 ‘정의로운 세상’을 이루어나가는, 국민 모두가 따뜻하고 행복할 수 있는 축제가 되도록 하자. 이를 위해 우리 모두 정의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혁명에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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