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찍문’ ‘유찍문’이라한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찍으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고, 역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를 찍으면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다는 뜻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범보수표 쏠림 현상이 일어나 문 후보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데 홍 후보나 유 후보를 찍으면 결국 문 후보가 당선된다는 뜻. 안 후보 측이 적극 퍼뜨리고 있는 말이다.

이 같은 형세를 뒤집기 위해 홍 후보가 보수 취향에 맞는 고사를 들고 나왔다.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에 동남풍이다. 삼분지계는 중국 삼국시대에 세력이 약한 유비가 촉(蜀)을 건국하고, 조조의 위(魏), 손권의 오(吳)에 맞서면서 천하를 도모했던 삼국지 속 제갈공명의 전략이다. 홍 후보는 촉의 기반이 된 중국 형주를 우리나라의 영남권으로 보고 대선 보수우파들이 뭉치면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집권하는 것을 막고 강력한 보수 정권을 수립할 수 있다는 논리다.

홍 후보는 또 촉·오 연합군이 적벽대전에서 조조의 공격을 화공으로 막아냈을 때 도움이 됐던 ‘동남풍’을 기대한다. 홍 후보는 자유한국당의 뿌리인 대구·경북을 발판으로 동남풍을 일으켜서 수도권 몰이를 한다는 전략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아직 홍 후보의 기대처럼 대구·경북에서 바람이 일지 않고 있다. 제갈량의 계략대로 때맞춰 불어주던 동남풍이 홍 후보 쪽으로 분다고 해도 수도권까지 상륙할지도 미지수다.

각 당의 경선이 치러지기 전에는 ‘어대문’이라 했다. ‘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뜻으로 쓰였지만 최근 안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면서 쑥 들어가 버렸다. 적벽의 싸움은 동풍이 제대로 불어 주었기 때문에 화공(火攻)이 성공할 수 있었다. 바람의 방향이 조금이라도 달랐더라면 압도적 병력의 조조군이 당연히 승리했을 것이다.

홍 후보는 범보수 후보 중 지지율 1위이지만 10%를 넘지 못하고 있다.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에서 조차 안 후보가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데다 대표 우파논객인 조갑제 씨마저 “안철수가 당선되면 절반의 성공”이라며 바람의 방향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범보수 단일화 같은 회오리바람이 없이는 삼분지계도 없다. 결과는 ‘홍찍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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