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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한 변호사
작년 4월 13일에 제20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있었는데 벌써 한 해가 흘렀다. 지난주 수요일에 재보궐선거가 있었다. 대구에서는 부정부패로 구속된 광역시의원의 결원을 보충하기 위한 보궐선거가 수성구 제3선거구에서 진행되었고, 국회의원 선거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지역구에서 재선거가 실시되었다.

대구 수성구 제3선거구는 한나라당이 추천하여 당선되었던 시의원과 새누리당이 추천한 시의원이 연속적으로 비리로 처벌되어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지역이다. 상주·군위·의성·청송 지역구의 최초 당선인은 부인의 선거법 위판 확정판결로 당선이 무효화된 것이었다.

전 새누리당(어느새 새 새누리당이 생겼기에 이렇게 구별해야 한다)의 적통(嫡統)이라고 자처하는 자유한국당의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당 의원의 위법으로 선거가 다시 치러지는 만큼 후보자를 공천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별다른 이유도 없이 열흘도 안 되어 이를 번복하여 이 지역에 대한 정당 공천을 강행하였다. 이 지역에 공천되어 당선된 사람은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서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지고 있던 바로 그 시기에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으로 있던 사람이었다. 수성구 제3선거구의 보궐선거 당선인도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출마하여 더불어민주당, 바른정당 소속 후보 및 무소속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되었다.

물론 이번 재보궐선거 결과를 보는 시각은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68혁명(1968년)으로 프랑스 국민이 드골 대통령을 축출한 후 치러진 선거에서 속칭 ‘드골맨’인 조르쥬 퐁피두가 당선된 것이나, 1987년 유월 항쟁 뒤에 치러진 제13대 대통령선거에서 민정당의 노태우가 당선된 과거가 이번 우리 대선에도 나타나게 될 것으로 예상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가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된 후에도 자신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계속 3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하면서, 지난주에 있었던 재보궐선거에서의 자유한국당 소속 후보들 전체의 득표율을 거론하며 자신이 결국 이번 대선에서 당선될 것이라는 말까지 하는 상황이 된 것은 분명하다. 이와 별도로 지난주 재보궐선거에서의 정당득표결과를 합산한 것을 가지고 이것이 마치 ‘응답자 수십만 명이 참가한 최신(最新)의 대선 후보 여론 조사 결과’인 것처럼 조작한 가짜뉴스까지 나타났다고 한다.

두고두고 세계사에 길이 빛날 촛불 혁명으로 우리 국민은 결국 대통령을 탄핵하였고 이제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다음의 준엄한 질문에 답해야 할 때다. “도대체 우리는 누구인가?”

송경동 시인의 시(詩) ‘당신은 누구인가’를 인용하며 글을 맺는다. ‘당신은 학생이 아니다/졸업한 지 오래됐다/당신은 노동자다 주민이다/시민이다 국민이다 아버지다/가정에서 존경받는 남편이고/학부모며 집주인이다/환자가 아니고 죄인은 더더욱 아니다/그런데 당신은 이 모두다/아침이면 건강쎈터로 달려가 호흡을 측정하고/저녁이면 영어강습을 받으러 나간다/노동자가 아니기에 구조조정엔 찬성하지만/임금인상투쟁엔 머리띠 묶고 참석한다/집주인이기에 쓰레기매각장 건립엔 반대하지만/국가 경제를 위한 원전과 운하 건설은 찬성이다/한 사람의 시민이기에 광우병 소는 안되지만/농수산물 시장개방과 한미FTA는 찬성이다 학부모로서/학교폭력은 안되지만, 한 남성으로/원조교제는 싫지 않다 사람이기에/소말리아 아이들을 보면 눈물이 나고/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는 반대하지만/북한에 보내는 쌀은 상호주의에 어긋나고/미군은 절대 철수하면 안 된다/도대체 당신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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