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돌아선 남자의 등은 강이다
바닥모를 강심처럼
도무지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차고 두려운 남자의 변심
그 깊고 서느런 남자의 등은
이 세상 모든 여자들에겐
차마 건널 수 없는 강이다

그런데 사랑아,

너는 벌써 저 캄캄한 이별의 강을 건넜구나
그 옛날 백수광부처럼 그리움 산발한 채
저 거친 슬픔의 적류 속으로

사랑아,
너는 끝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구나



감상) 벚꽃이 가고 영산홍이 왔다. 영산홍에 익숙한 내 눈은 벚꽃은 생각도 않는다. 그러니까 지나간 것을 잊는 속도는 미사일이 발사되는 속도보다 빠르다. 다만 그것이 어디로든 날아가서 불발이 되든 굉음을 울리며 터지든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것이 똑같은 꽃이 되길, 변함없는 꽃이 되길 바래보는 것이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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