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인농협 하남지점 폐쇄회로(CCTV)영상에 촬영된 총기강도 용의자.
복면을 쓰고 실제 총기로 은행을 터는 일이 발생해 장난감 총과 칼로 직원을 위협하던 수준으로 미수에 그치던 은행강도가 점점 대담해지고 있다.

제19대 대통령선거를 19일 앞둔 20일 오전 11시 55분께 경산시 남산면 하대리 자인농협 하남지점에 복면을 한 권총 강도가 침입해 2천여 만원의 금품을 털어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은행 밖에서 30여 분 동안 서성이다 고객이 없는 틈을 이용해 은행으로 들어간 뒤 3~4분 만에 돈을 챙겨 달아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근무 중이던 직원이 범행을 제지할 듯한 행동을 취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컴퓨터와 복사기가 있는 곳을 향해 총을 한발 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달 30일 교도소 출소 후 직장을 구하지 못해 생활자금을 마련하려고 포항시 북구 죽도동의 한 시중은행에서 회칼로 직원을 위협해 돈을 요구하다 출동한 경찰관에 붙잡힌 A씨(43)나 같은 달 23일 고시원 월세가 밀려 나가라는 통보를 받자 돈을 구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은행에서 흉기로 은행 직원을 위협하며 현금 5천만 원을 요구하다 검거된 B씨(37) 등 최근 잇따라 발생한 은행강도 미수사건과는 전혀 다른 대담한 범행이 이뤄진 것이다.

생활비 마련을 하기 위해 우발적으로 벌어지다 보니 은행 CCTV에는 용의자의 얼굴이 선명하게 찍혀있거나 어설픈 범행을 벌이다 경찰에 덜미를 잡힌 것과 달리 이번 범행은 모자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범행에 나서 경찰이 용의자 신원확인을 어렵게 했다.

게다가 인적이 많은 도심에 위치한 은행을 털다 검거된 이들과 달리 이번 경산 은행강도의 경우 외딴 곳에 떨어진 은행을 노려 보안이 취약한 점을 노렸다.

실제로 사건이 발생한 경산 자인농협 하남지점의 경우 무장경찰이 있다는 팻말을 붙어놓았을 뿐 청원경찰이 근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근무하던 직원도 3명뿐인 데다 남자 직원도 1명에 불과해 범행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직원들은 비상벨을 눌렀지만 넓은 지역을 담당하는 보안업체는 10분이 지나서야 도착해 범인은 이미 도망을 친 후였다.

실제 총기가 사용되면서 무장한 청원경찰이 있었더라도 강도에 맞서기 어려울 수 있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경찰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은행지점의 경우 청원경찰이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하지만 CCTV 등으로 수사망이 금세 좁혀지는 만큼 은행강도는 범죄 위험에 비해 검거율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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