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풀리고 소매 닳은
중년의 사내 하나
감은사지 서편 석탑
그늘 속으로 기어 들어와
한 숨 달게 자고 떠난 자리
고단한 한 생을
꿈쩍 않고 이마로 받쳐낸
각시제비꽃 한 무더기
품 안의 무수한 길 지워내고
불생불멸의 경지에 드셨다



감상) 참 이상한 일이야, 남자가 우는 건 온 우주가 우는 거 같아. 언젠가 응급실 앞에서 벽에 기대서서 울던 그 남자. 나는 그 남자의 눈물에 젖은 옷을 아직 다 말리지 못했어. 참 이상한 일이야 얼굴은 기억나지 않는데 눈물은 마르지도 않아. 나는 그 때 정말 본 것 같아 온 우주가 어깨 들썩이며 우는 거.(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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