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무(1741년~1793)는 규장각의 도서 편찬을 맡았던 사람이다. 그의 아들 이광규가 1795년에 이덕무의 저술을 모두 모아 ‘청장관 전서’를 펴냈다. 조선 영·정조대 사람인 청장관 이덕무가 경북일보 ‘삼촌설’처럼 국정은 물론 민간의 사소한 일까지 기록해 놓은 것을 아들이 총정리한 책이다.

이 책에는 “사람들이 한 끼에 5홉, 양이 큰 남자는 7홉을 먹고, 아이는 3홉을 먹는다”라고 기록돼 있다. 1홉은 약 180㎖로, 이를 환산하면 보통 사람들은 900㎖ 정도의 밥을 먹었다. 요즘 밥공기는 용량이 대략 290㎖다. 이와 비교하면 당시 먹는 양은 지금의 3배나 된다.

청장관보다 앞서 임진왜란 시기에 살았던 오희문(1539∼1613)의 일기 ‘쇄미록’에는 “사람들이 전쟁 중인데도 한 끼에 7홉의 쌀로 밥을 지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당시 7홉을 지금의 계량 단위로 환산하면 1천260㎖나 된다. 290㎖ 밥그릇으로 5그릇이다. 보통사람은 요즘 사람의 3배, 양이 큰 사람은 5배의 밥을 먹었다고 봐야 한다.

1960년, 70년대, ‘수(壽), 복(福)’자가 새겨진 흰색의 사기밥그릇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당시 일꾼들은 이 그릇의 전 위로 수북하게 쌓듯이 담은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고 논두렁 밭두렁에 누워 쉬곤 했다. 지금 밥그릇으로 치면 3그릇은 족히 넘는 양일 것이다.

이처럼 ‘밥심’으로 살았던 한국인들의 쌀 소비량이 급속하게 줄고 있다. 아예 아침밥을 거르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탄수화물이 다이어트의 적이라고 해서 밥을 아주 조금 먹는 사람이 많다.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은 61.9㎏으로 10년 전인 2006년 78.8㎏보다 20% 가까이 줄었다. 이렇게 쌀 소비량은 줄고 있지만 생산량은 해마다 420~430만t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곳간에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Q) 적정 권고량의 4배를 웃도는 351만t의 쌀이 쌓여 있다. 경북도가 쌀 소비 증대를 위해 식생활에 사용하는 밀가루 5%를 쌀가루로 대체하는 운동을 펴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경북에서 연간 4천400t, 전국에서는 8만t의 쌀 소비효과를 거둘 수 있단다. 국가적 밥 먹기 운동이라도 펼쳐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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