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더 기울까 봐 끝까지/솟아오르는 쪽을 누르고 있으려/옷장에 매달려서도/움직이지 말라는 방송을 믿으며/나 혼자를 버리고/다 같이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갈등을 물리쳤을, 공포를 견디었을/바보같이 착한 생명들아! 2학년들아!

그대들 앞에/이런 어처구니없음을 가능케 한/우리 모두는……/우리들의 시간은, 우리들의 세월은/침묵도, 반성도 다 부끄러운/죄다

쏟아져 들어오는 깜깜한 물을 밀어냈을/가녀린 손가락들/나는 괜찮다고 바깥세상을 안심시켜주던,/가족들 목소리가 여운으로 남은/핸드폰을 다급히 품고/물속에서 마지막으로 불러보았을/공기 방울 글씨/엄마,/아빠,/사랑해!

아, 이 공기, 숨 쉬기도 미안한 4월



감상) 왜 그랬을까 그 바다는, 왜 그랬을까 그 파도는 그 바람은 그 하늘은 그 어른들은, 도대체 왜 그랬을까, 어쩌자고, 어쩌려고, 정말 왜 그랬을까, 기도는 어디가고 어느 바닷가로 떠내려가고 난파된 슬픔만 남은 걸까.(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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