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상 대구강서소방서장
봄이 왔다는 소식을 접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낮에는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소방에 있어 예전에는 이 시기가 출동이 적은 때였지만, 지금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각종 재난이 발생하고 있어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출동 벨이 울리는 순간 소방관들은 재난현장에 최대한 안전하고 빠르게 도착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직면하게 된다. 하지만 소방관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일부 운전자들의 양보의식 부족이나 불법 주·정차된 차들로 인해 출동시간이 지연되는 것이다.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지역 화재현장 5분 이내 출동률은 83.89%다. 상당히 높은 수치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아직도 일선 소방 관계자들은 운전자의 양보의식이 많이 부족하고 긴급차량에 대한 피양 방법을 모르는 시민들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4~5분이라는 시간이 누군가에겐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최후의 시간이 될 수도 있으며, 우리는 이 시간을 골든 타임이라고 한다. 심정지와 같은 응급환자의 경우 골든 타임 4분 후 1분이 지나면 생존율은 25%로 낮아지고, 화재의 경우 발생 5분이 지나면 급속히 연소가 확대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차량을 피양해야 긴급차량의 신속한 출동을 도울 수 있을까. 그 요령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교차로 또는 그 부근에서는 교차로를 피해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에 일시 정지해야 한다. 둘째, 일방통행로에서는 우측 가장자리에 일시 정지해야 하며 예외로 긴급차량의 통행에 지장이 우려될 경우 좌측 가장자리에 일시 정지할 수 있다. 셋째, 편도 1차선 도로에서는 우측 가장자리로 최대한 진로를 양보하여 운전 또는 일시 정지해야 한다. 넷째, 편도 2차선 도로에서는 긴급차량은 1차선으로 진행하고 일반 차량은 2차선으로 양보해야 한다. 다섯째, 편도 3차선 이상 도로에서는 긴급차량은 2차선으로 진행하고 일반 차량은 1, 3차선(좌우)으로 양보운전을 해야 한다.

위의 사항을 잘 기억하고 실천한다면 긴급차량의 출동을 도와 나와 내 이웃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 그리고 위에서 이야기한 피양법 외에 중요한 한 가지는 바로 불법 주·정차를 삼가는 것이다.

지난해 9월 24일 일가족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도봉구 쌍문동 화재와 2015년 1월 10일 134명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 도시형 생활주택 화재의 공통점은 불법으로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소방통로가 확보되지 않아 그 피해가 컸다는 점이다.

이에 소방관서에서는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과 캠페인을 전국적으로 실시하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지속해서 홍보하고 있지만, 결국 시민들의 의식변화가 없다면 이 모든 노력은 무의미할 것이다.

우리 이웃에게 달려가는 소방차들에 길을 양보하고 불법 주정차를 삼가는 행동이야말로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가장 크고 값진 이웃 사랑의 실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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