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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용섭 삼국유사사업본부장
지금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다. 대통령의 위법행위에 대하여 국회가 탄핵소추하고 헌법재판소가 파면 결정하여 대통령직에서 물러났고 대검찰청이 그 위법사실을 조사하면서 유죄로 추정하여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구속된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경의(敬意)를 표하는 대상이 되어온 국가 최고의 권력자가 일개 범죄자로 몰락하는 숨 가쁜 과정을 우리는 함께 하였다. 그리고 그다음 대통령 자리를 차지하려고 15명의 후보가 난립하여 대통령선거를 치르고 있는 현실이다. 이제 불과 며칠 후면 향후 5년간 이 나라가 나아갈 방향과 현실을 책임질 새로운 사람이 나타날 것이다.

여기서 필자의 상식으로는 아쉬운 일이 몇 가지 있다. 대통령이란 직위는 우리가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한 가장 소중한, 어쩌면 신성하기까지 한 자리다. 당대의 일급기밀과 정보가 이곳에 집중되고 국가의 최고정책이 여기에서 결정되며 한 나라의 영광과 희망이 그로부터 일어난다. 그야말로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원수의 위치다. 즉, 행정부의 수반인 동시에 국가의 원수(元首)다 (헌법 66조). 원수란 말은 서경(書經)에서 비롯되었다. 순임금과 신하들과의 대화에서 등장한다. 그만큼 동양사회에서는 오래된 개념이라는 뜻이다. ‘국가원수’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나라의 근본이요 머리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대통령은 자기 자신의 몸가짐을 잘하여야 한다. 항상 엄중하게 행동하며 일거수일투족이 세상의 귀감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물론 이것은 법적 의무는 아니나 하나의 상식에 속한다. 한편 국민도 국가원수의 자리에 오른 자를 우리의 근원처럼 소중히 여기고 머리처럼 소중히 대해야 한다. 하나의 강물에 그 근원이 마르면 그 흐름이 마르게 된다. 하나의 나무에 그 뿌리가 상하면 그 줄기도 마르게 된다. 사람이나 동물이거나 머리 부분의 소중성은 이야기할 필요도 없으리라.

그런데 우리는 이번에 법의 집행과 준수를 중요시한 나머지 국민의 근본이며 머리에 해당하는 한 나라의 원수에 대하여 너무 소홀히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국회의 탄핵의결과 헌재의 결정은 급속했다. 그리고 이왕 민간인이 된 이상, 꼭 구속한 상태에서 조사하고 재판을 진행하여야 하는가? 불구속 상태에서 예우할 것은 예우하면서 합법적으로 사법처리할 수는 없었는가? 물론 법률전문가인 사법당국의 고심과 나름의 입장이 있었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도 국가를 대표했고 전 세계를 다니며 대한민국의 상징으로서 활동했으며, 일국의 핵심기밀을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이 초라한 모습으로 감옥에 있는 것이 꼭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완성인가. 세상에는 법도 중요하지만, 인정이란 것도 있고 차마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맹자가 말하기를, 순임금의 아버지가 살인을 했다면 순임금은 당연히 천자의 자리를 버리고 아버지를 안고 산에 들어가 숨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국민의 부모야 아니지만, 아무리 잘못했더라도 우리의 대표로 세웠던 사람이다. 그리고 공로도 많았다. 그의 격이 떨어지면 국민 전체의 격도 떨어진다. 탄핵정국이 계속되고 있지만, 인지상정(人之常情)이란 면도 고려되는 세상이 되면 더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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