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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선규 대구교대 교수
대통령 선거가 불과 2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건곤일척(乾坤一擲), 한 나라를 누가 이끌 것인가가 조만간 결정됩니다. 다음 주 수요일은 공휴일(석가탄신일)이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쓰는 ‘아침광장’은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그동안 이 자리를 빌려서 다음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필수 덕목에 대해서 몇 마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배움을 아는 대통령(공자님의 사분법), 국민통합 대통령(수레가 아무리 커도), 소통과 헌신의 대통령(산 아래 바람처럼), 정직과 사랑의 대통령(사랑과 규칙을 위해), 비전을 가지고 미래로(부터) 오는 대통령(흘러간다는 것은) 등등이 제가 바라는 대통령상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대통령의 자질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오늘은 시선을 돌려 우리 유권자들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에 대해서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학창 시절부터 제게 늘 위로가 되어 온 말들이 있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와 ‘궁하면 통한다’라는 말이 그것입니다. 그만큼 어려운 때가 많았습니다. 어쨌든 크게 넘어지지 않고 지금까지 왔습니다. 모르긴 해도 이 말씀들을 생각하며 절망에 빠지지 않고 낙관적으로 제 몸가짐을 제때 제때 추슬러 온 것이 큰 도움이 된 듯합니다. 두 말씀 다 위로가 되었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절 도운 것이 ’궁하면 통한다’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이 말씀 안에서 저는 ‘위기는 기회가 된다’라는 속뜻을 읽었습니다. 그래서 나이 든 후로는 이 말씀을 더 많이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근자에 이 말씀이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니 통하면 오래 간다’라는 주역 말씀에 그 뿌리를 두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 말씀이 자변(自變·스스로 변함)과 자통(自通·스스로 통함)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이어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곤은 형통하고 바르고 대인이라야 길하고 허물이 없으니 말이 있으면 믿지 않으리라. (困亨貞 大人吉无咎 有言不信) ‘왕필, 임채우 옮김, ‘주역왕필주’’

주역 마흔일곱 번째 ‘택수곤’(澤水困), 곤괘(困卦)의 경문입니다. 이 경문 해설에 ‘궁하면 반드시 통하고, 곤궁에 처하여 스스로 통할 수 없는 자는 소인이다(窮必通也, 處困而不能自通者, 小人也)라는 말씀이 나옵니다. 주역(周易) 계사전 하편 제2장에 나오는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니 통하면 오래 간다’(窮則變 變則通 通則久)가 세상사의 보편적인 원리를 밝히는 말씀이었다면 이 구절은 주체의 능동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통하는 일’(自通)이라고 밝혀놓고 있는 것입니다. 그저 궁함에 처해서 변화의 기미만을 기다리고 앉았거나 ‘말(입)만 숭상’하다가는 신의를 얻지 못하고 막혀서 끝내 다시 나오지 못하게 된다고 엄중하게 경계합니다(處困而言 不見信之時也. 非行言之時, 而欲用言以免, 必窮者也).

좀 더 나이 들어서는 ‘궁해야 통한다’라고 ‘궁즉통’을 보다 적극적으로 읽은 적이 많았습니다. 무언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자작(自作) 곤궁을 자처했습니다. 깊이 굴을 파고 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때마다 저의 몰락을 예단했던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자변, 자통을 도모하는 자에게는 늘 출구가 열리곤 했습니다. 주역 말씀이 하나 틀리지 않았습니다. 급작스러운 대통령 선거를 맞이해서 사방이 막힌 듯한 느낌이 드는 유권자들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니 통하면 오래 간다’라는 옛 말씀을 되새길 때입니다. 궁한 시절, 자변(自變), 자통(自通)만이 우리가 택할 성숙한 유권자의 마음가짐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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