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현실은 그 낚시터에 러시아 대신 미국이 앉아 있고 물고기로 그려져 있던 대한민국은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북한 핵 문제를 논의하는 긴박한 테이블에 한국은 없다. 대통령이 파면되고 혼란한 대선정국에 강대국들이 한반도를 요리하고 있다.
대선후보자 토론 과정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을 아느냐고 물었다. 이후 문 후보가 모른다고 한데 대해 “원어민도 모르는 ‘브로큰 잉글리시(Broken English)’를 알아야 되느냐, 외교 사안이라 알아야 한다 ”는 등 논란이 됐다.
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에서 ‘한국 왕따’로 풀이할 수 있는 ‘코리아 패싱’은 심각한 문제다. 지난 6~7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일촉즉발의 한반도를 두고 어떤 협상이 있었는지 한국 정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회담 이후 트럼프와 시진핑의 한반도 관련 대화 내용을 전한 인터뷰에서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했다는 사실만 알려졌을 뿐이다. 이 발언이 알려진 후 한국에서 반발이 거세지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사과 대신 “한국 국민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황당한 변명을 했다. 미국도 뒤늦게 “우리는 한국이 수천 년간 독립적인 국가였던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을 뿐이다.
북한의 인민군 창건일을 하루 앞둔 24일에는 미·중·일 정상이 잇따라 전화통화를 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 도발 자제를 위한 공동 대응이 통화의 핵심이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혈맹이자 우방일 뿐 아니라 한반도 문제의 이해 당사국인 한국은 패스(Pass)였다. 19세기 말의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형세와 너무나도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