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기습·치밀했던 반입 상황 설명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핵심 장비가 26일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에 들어섰다. 사드 핵심 장비로 보이는 미군차량이 소성리마을회관 앞을 지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kyongbuk.com
“전쟁이 발생해 계엄령이 선포됐는지 알았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 김천시민대책위 ‘촛불 단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는 권 모(48) 씨는 미군이 기습적으로 사드 주요장비를 성주골프장으로 반입한 26일 새벽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촛불 단 지킴이’는 사드 배치 관련 비상 상황 발생 시 제일 먼저 출동하는 김천·성주 주민 조직이다.

지난 25일 오후 11시부터 성주 골프장 앞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상황실을 지키고 있었다는 권 씨는 “26일 자정께 한 언론에서 오늘 사드 주요장비가 반입된다는 소식을 듣고 함께 있던 사람들 모두 올 것이 왔다고 했지만 이렇게 새벽에 기습적으로 반입할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차례차례 설명했다.

“자정이 지나자 김천과 성주에서 소성리로 오는 도로를 경찰이 모두 막고, 심지어 마을에 있는 가정집까지 다 막았다”는 권 씨는 “집에서 나오면 경찰들이 어디 가느냐며 일일이 확인하기까지 하며 마을 주민들이 소성리 마을회관에 합류하는 것을 막는 치밀함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새벽 두 시, 사드 주요 장비 반입을 위한 작전이 시작됐다.

“갑자기 소성리 마을 회관 인근 기숙사 같은 건물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경찰차에서 경찰들이 벌떼같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는 권 씨는 “이후 마을 회관 위 진밭 교와 아래 소성리 진입로에서 경찰이 샌드위치처럼 우리를 에워싸기 시작했다”며 “당시 언론에 500명의 김천, 성주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있었다고 하지만 우리 인원은 50여 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날 사드 주요장비 반입 작전은 기습적이면서도 치밀했다.

경찰은 이번 작전을 위해 경찰 병력 8천여 명을 소성리 마을회관과 그 인근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씨는 “만약에 사태에 대비해 차 16대 정도를 도로에 세워 길을 막았는데 경찰이 차 유리를 깨더니 사이드브레이크를 풀고 차를 다 옮기기 시작했다”며 “우리가 저지하려 했지만, 인원이 적어 속수무책으로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경찰 경비대장이 3차례 경고 방송을 하더니 4번째 방송과 함께 도로를 막고 있던 주민까지 밖으로 강제로 끌어냈고, 잠시 후 기도하던 원불교 교무님들까지 밖으로 끌려 나왔다”며 “이렇게 도로를 확보한 새벽 4시, 드디어 사드 엑스밴드 레이더를 실은 미군 트럭 두 대가 제일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연이어 8대 정도가 마을회관을 통과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몇 차례 트럭들이 지난 간 새벽 6시에서 7시 사이 트럭 30여 대가 다시 한꺼번에 마을 회관 앞을 지나가면서 주민들의 분노 또한 최고조에 달했다”는 권 씨는 “이때부터 도로를 막으려는 주민들과 주민들을 막으려는 경찰이 충돌했다”며“경찰들이 방패로 찍고, 구둣발로 차기까지 해 부상자가 속출했다”고 주장했다.

박희주 김천시민대책위 공동위원장도 이때 연행됐으며, 이날 김천, 성주 주민 10여 명이 갈비뼈 골절, 손목 골절, 타박상을 등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았다.

향후 계획에 대해 권 씨는 “주요 장비가 배치됐다고 곧 작동하는 게 아니다”며“레이더가 똑바로 작동하려면 레이더 진동을 견딜 수 있는 아스팔트보다 더 튼튼한 보강공사가 있어야 하는 등 앞으로 관련 작업들이 계속되어야 하는 만큼 이와 관련된 장비가 들어가는 것을 막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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