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법

대구의 건설사 사장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조씨가 현장 검증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경북일보 자료사진.
자신이 전무로 근무 중인 건설회사의 사장을 살해한 뒤 시신을 암매장한 40대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박준용 부장판사)는 27일 살인과 사체은닉 혐의로 기소된 조모(44)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의 경위와 방법, 피해 정도를 보면 죄질이 극히 무겁고 불량하다”면서 “피해자 가족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데다 용서도 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조씨는 지난해 5월 8일 오후 9시 30분께 대구 수성구 가천동 회사 주차장에 세워 둔 자신의 승용차에서 수면제가 든 숙취해소음료를 2차례 먹은 사장 김모(당시 47세)씨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하고, 다음 날 경북 군위군 고로면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의 발단은 5년 전 사장이 약속했던 처우개선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조씨의 불신에서 비롯됐다.

범행 3일 전인 5월 5일 저녁 식사 자리에서 조씨는 사장 김씨에게 입사 당시 약속했던 처우 개선을 요구했으나 “니가 알아서 하라”는 답변을 듣고 깊은 배신감을 느꼈다. 조씨는 입사 당시 사장 김씨가 “세 자녀 유학자금을 책임지고 60대가 되면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주고 우리는 회사 관리하면서 살게 되니 조금만 고생하자”라고 한 말을 철석같이 믿었던 것이다.

범행 당일 조씨는 숙취해소음료에 평소 자신이 복용하던 수면제 3알을 섞어 김씨에게 먹였고, 폭탄주와 수면제 약효 때문에 정신이 혼미한 상태의 김씨를 자신의 승용차 뒷좌석에 태웠다.

“사장님, 저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사장 김씨가 “너는 내 종이다”라고 말하자, 조씨는 김씨를 살해할 마음을 먹었다.

수면제 5알을 손으로 부수어 넣은 숙취해소음료를 재차 먹였고,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 깨어난 김씨로부터 “너 인생은 너 인생이고, 내 인생은 내 인생이다”는 말을 듣고는 김씨의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조씨는 이튿날 군위군 야산에 김씨의 시신을 파묻었으며, 범행일로부터 10일 후에는 범행을 들키지 않기 위해 김씨 시신을 묻은 현장에 락스와 나프탈렌을 뿌리기도 했다.

특히 조씨는 김씨가 실종된 것으로 생각한 유가족과 경찰이 피해자를 찾고 있는 동안에도 “김씨를 주거지에 내려주고 헤어졌다”고 거짓 진술했으며,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지우기도 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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