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월 매화는 혼자 보기 아까워 없는 그대 불러 같이 보는 꽃
생쌀같은 그대 얼굴에 매화 한 송이 서툰 무늬로 올려놓고 싶었다 손가락
두 마디쯤 자르고 사흘만 같이 살아 보고 싶었다

혼자 앓아누운 아침 어떻게 살아야 매화에 닿는가 꽃이라는 깊이 꽃이라
는 질문 기름진 음식을 먹어도 배가 고팠다

매화는 분홍에서 핀다 분홍은 한 낮의 소란스러움을 물리친 색 더듬거리
다 멈춰서는 색

새벽의 짐승처럼 네 발로 당신을 몇번이나 옮겨 적었다 분홍이 멀다

먼 분홍.



<감상> 간절하면 이뤄진다고들 한다. 그러나 그것은 가능하다는 전제 아래 있는 것에 한해서 그러할 것이다. 벚꽃이 지는 날 먼 길을 돌아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았다. 봄비가 내리는 날 그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꿈을 꾸었다. 사흘만 같이 사는 일은 불가능하므로 꿈도 꾸지 않았다. 다만 나는 무의식이라 불렀다. 그가 내 안에 있는 영역에 대해…. (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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