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성 이북의 한수가 범람, 번성 북쪽을 방어하던 조조의 칠군이 물에 잠겼다. 형주에 주둔하고 있던 관우가 정예부대를 이끌고 번성을 공격했다. 조조군은 관우군의 맹공을 막느라고 기진맥진 한데다가 군사의 수도 점점 줄어들었다. 관우는 조조의 칠군을 수장시키고 대승을 거뒀다.

관우의 대승에 좌불안석이 된 조조는 허도를 버리고 수도를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을 했다. 절체절명의 순간, 사마의가 국면전환의 계책을 건의했다. “손권과 연합해 손권으로 하여금 관우의 후방을 공격하라”는 명안이었다. “그 대가로 손권에게 강남 땅을 떼어 주라”고 했다.

조조는 손권에게 밀사를 보내 동맹을 성사시켰다. 관우가 지키고 있는 형주를 호시탐탐 눈독 들이고 있던 손권은 조조의 요청에 선뜻 동의한 뒤 관우의 배후를 공격했다. 손권이 형주를 급습하는 것과 동시에 조조도 군사를 보내 포위돼 있는 번성의 군사를 구하게 했다. 조조는 마침내 수세 국면에서 벗어나 공세국면으로 전환, 주도권을 장악했다.

조조가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할 수 있었던 것은 손권과 연합해 관우를 공격하는 국면을 만들어낸 데 있다. “때를 기다리느니 승세를 타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다. 조조는 세를 따르고 세를 빌리며 세를 만들어 내는데 고수였다.

손자는 “전쟁을 잘하는 자는 전쟁의 승패를 기세에서 구하지 병사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 했다. 세에 의지해 승리를 거두는 고수들은 형세를 확실히 이해하고 승세를 만들어 내 추세를 이끄는데 달인들이었다. 조조는 결정적 순간에 다른 사람보다 훨씬 빨리 형세를 파악한 후 더욱 주도면밀하고 원대하게 전체 국면을 기획했던 것이다. 형세를 이용, 강적 관우를 물리친 조조의 전략적 사고가 돋보인다.

지지율 상승세가 주춤, 세가 한풀 꺾인듯한 안철수 후보의 대선행보가 기로에 섰다. 안 후보는 자강론을 강조, 연대론에 선을 긋고 있지만 지지율의 반등이 없으면 연대를 통한 단일화 외에 묘수가 없기 때문이다. 손권과의 연대로 패세 위기서 승세국면으로 전환한 조조의 ‘기세전략’이 다급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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