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예산부족으로 우회길 조성도 돌연 중단

학전리 송학마을 인근 주민들은 이 일대 땅을 사들인 A씨의 축사가 국공유지를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는데도, 포항시가 묵인하며 옹벽을 세워준 탓에 우회로 개설이 더뎌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수십 년 넘게 쓰던 농로를 토지 소유주가 막아버린 탓에 인근 주민들이 수년째 농사를 못 짓고 있다며 생계 위협을 호소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수년 전부터 민원을 제기했지만 관련 당국이 사유지라는 이유로 뒷짐을 지고 있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포항시 남구 연일읍 학전리 송학마을 인근의 한 농로는 주민들이 수십 년 넘게 평온하게 사용해 온 이른바 ‘관습상 도로’다.

학전리 등 인근 14가구 주민들은 폭 2m, 길이 50m가량의 이 농로를 따라 3만3천 여 ㎡의 논과 밭에서 쌀, 배 따위를 재배해 해마다 수백~수천만 원 가량의 수익을 얻었다.

하지만 이들은 3~4년 전부터 농사를 완전히 포기해야 했다.

지난 2008년 1월 이 일대 1천800여 ㎡ 땅을 사들였던 소유주 A씨가 갑자기 재산권 행사를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A씨는 농로에 줄, 막대 등 장애물을 설치하고 농기계 출입을 막는 한편 주민들의 통행 요구를 거부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포항시 남구 연일읍 학전리 송학마을 인근의 한 농로가 막히면서 주민들이 수십년동안 농사를 지어오던 논과 밭에 잡초목이 무성하게 자라나 있다.
하루 아침에 길이 막힌 주민들은 포항시와 경북도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정식민원을 제기하는 등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A씨가 강경한 입장을 취하면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중재에 나선 포항시는 해당 농로가 아닌 인근 하천을 복개해 길을 열어주자고 A씨에게 제안했으며, A씨는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소유 부지 내 축사에 피해가 없도록 시가 옹벽을 세워준다는 조건으로 이를 받아들였다.

총예산 9천 286만 원을 투입해 관거시설과 2m 높이의 옹벽을 설치, A씨 땅 바깥으로 우회로를 내는 이 공사는 지난 2014년 10월 시작돼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으나 예산 부족으로 2016년 1월 중단됐다.

주민들의 논과 밭까지는 50m가량이 추가로 개설돼야 한다.

주민들은 A씨의 축사는 국공유지 일부를 무단으로 점용한 시설이며, 포항시가 이를 알고도 A씨 요구에 휘둘리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주민 B(65)씨는 “별 소용도 없는 옹벽을 과도한 높이로 지어준 탓에 예산이 바닥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주민 C(69)씨는 “가로막힌 농로에서 A가 소유한 땅은 입구 2~3m 정도에 불과하다. 시는 얼마 되지도 않는 땅 주인의 눈치를 핑계로 수년 째 뒷짐만 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특혜가 아니라 A씨가 옹벽을 수락 조건으로 요구했기 때문에 우회로 개설을 위해서는 달리 방법이 없다. 축사의 불법요소에 대해서는 점용료를 부과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비도시지역에서 자주 보이는 사소한 수준이다”며 “주민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법정도로가 아니어서 행정적으로 뚜렷한 조치를 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추가 공사비를 올해 추경예산에 편성했으나 삭감되면서 중지된 상태다. 2차 추경 혹은 내년도 당초예산으로 확보해 해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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