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에서 내렸다
나쁜 냄새
부품마다 나쁜 생각을 했나보다 

꽃나무 옆에 한참 서 있었는데
꽃나무 밑동에서도 휘발유 냄새가 났다

시계를 보지 않는 이슬과 바람에게서도
시간을 보지 않는 시계에서도
끊임없이 겁나던 두려움에게서도
앞이 보이지 않던 눈물에게서도
먼 길을 함부로 달려온 트럭 냄새가 났다

꽃냄새가 되려고
국화가 되었다가
작약처럼 붉기도 했지만

나쁜 냄새는 휘발되지 않아

내 나쁜 생각 위에 뚫린 창문들을
자꾸 열어



<감상> 도무지 사라지지 않는 냄새가 있다. 이른 아침 엄마의 입 냄새, 젖꼭지 냄새, 머리카락 냄새, 겨드랑이 냄새, 기억하지 않으려 해도 도무지 사라지지 않는 냄새…… .나는 내 아이가 그 냄새를 맡을까봐 일어나자마자 이를 닦고 샤워를 한다. 그런데 나는 자꾸만 엄마의 그 냄새가 그립다. (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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