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조철 울진군선거관리위원회
‘충격!! A 정치인 지난해 미국서 ○○법 위반!!’. 이런 기사가 신문이나 포털사이트에 큼지막한 제목으로 나온다면, 보는 사람은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될까? 기사가 사실인지, A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전에 우리는 그 사람을 이미지로 판단하게 될 것이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가짜뉴스가 선거결과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아는 내용일 것이다. ‘프란체스코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한다’, ‘힐러리가 국무장관 시절 IS에 무기를 팔았다’는 내용의 가짜뉴스는 공유와 댓글을 합쳐 각각 96만 건, 79만 건이나 되었다.

우리는 왜 이렇게 가짜뉴스에 쉽게 끌리는 것일까? 어떤 사람이며 어떤 정치인인지, 어떤 말과 행동을 하는지, 어떤 공약을 갖고 나왔고 어떤 정책관과 국가관을 가졌는지 우리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 단순히 어느 지역 사람이라는 것과 좌우성향만 가지고 사람을 판단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혹시 정책을 알고 있더라도, ‘자기가 당선되면 뭘 해주겠대’ 라고 정치인의 주장만을 기억할 뿐, 그것이 실 현가능한 것이지, 그 정책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지 못한다. 그 사람의 단순한 주장과 이미지만 기억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북유럽의 정치를 잠깐 살펴보고 싶다. 고대 그리스 때부터 아고라광장을 시작으로 소통의 정치가 발달했었던 이곳에서는 후보자나 정치인이 공원에서 정책공약과 정치적 의견을 자연스럽게 발표하고 모여든 시민들이 궁금한 점을 질문하고 답변하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스웨덴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도중에도 국회의원과 옆자리에 앉기도 하고, 사무실을 찾아가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분위기이다. 유권자와 정치인의 거리가 매우 가깝다. 거짓뉴스가 들어갈 틈이 적어 보인다. 실제로 만나보고 이야기해보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서로 알기 때문일 것이다.

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나는 북유럽의 정치문화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고 싶다. 유권자와 정치인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서로 접촉하고 대면할 기회가 많을수록 거짓뉴스가 설 자리는 잃게 될 것이라 믿는다. 언제 무너질지 모를 이미지에 기대지 않고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치는 정치문화를 기대해 본다.

후보자가 어떠한 사람인지 어떤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좋은 방법의 하나는 TV 토론회가 아닌가 싶다. 국민 질문을 공모해 선정된 질문을 사회자가 토론회 때 응모자 대신 질문을 하면 정치인을 직접 만나서 질문하는 건 아니지만, 유권자와 정치인의 거리를 조금이나마 좁히는 시작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IT산업과 SNS 소통이 굉장히 발달해 있다. 직접 만날 수 없다면, 다른 방법으로도 거리를 좁힐 수 있을 것이다. 정치인들도 SNS의 파급력과 영향력을 알기에 그 목소리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작은 의견들이 모여서 큰 목소리가 되어 상대방의 귀를 울리게 할 것이고, 끊임없이 던져지는 질문들은 답변자를 당황하게 해 좀 더 고민하고 준비하게 할 것이다. 우리가 한 번만 더 관심을 두고 의견을 표현한다면 후보자들도 그에 반응하여 지금의 정치문화를 뛰어넘는 구체적인 정책과 노력으로 국민에게 다가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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