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3년 만에 새앨범…선공개곡은 발라드 ‘멀리 가요’

▲ 13년 만에 컴백한 가수 박남정 [NJP엔터테인머트 제공]
1980년대 후반을 주름잡은 ‘댄싱 머신’ 박남정(51)은 처음부터 댄스 가수가 꿈은 아니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8년간 선명회 어린이합창단으로 활동해 미국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등 국빈이 방한할 때면 청와대에서 공연했다. 춤보다는 비지스, 레이프 가렛, 조지 마이클, 조용필 등의 노래 가사를 달달 외고 다녔다.

변성기가 찾아오자 그는 춤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고교 2학년 때 영화 ‘플래시 댄스’를 보고서 주인공 제니퍼 빌스의 춤에 반해 스트리트댄스에 빠져들었다. 노래도 한 가닥 했으니 고교 졸업 즈음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품었다.

지금처럼 방송사와 기획사의 오디션 시스템이 없어 데뷔할 길은 막막했다. 1987년 MBC 합창단에 수습으로 뽑혀 활동한 지 3개월, 작곡가 안치행의 기획사에 스카우트돼 가요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1988년 1집 ‘아 바람이여’로 데뷔와 동시에 인기 가수 반열에 올랐고, 2집 ‘널 그리며’ 때는 ‘ㄱㄴ 춤’(얼굴 옆과 아래를 오가며 ‘ㄱ ㄴ’을 그리는 동작)과 무대를 미끄러지듯 현란한 발동작으로 선풍적인 히트를 했다.

최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만난 박남정은 30년 전의 기억을 생생하게 꺼내놓았다. 강산이 세 번 변했지만 세월을 거스른 듯 동안 외모는 여전했다.
박남정이 컴백을 준비하며 춤 연습하는 모습. [NJP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는 “그 시절엔 춤추는 사람이 별로 없어 안일하면 뒤떨어지는 경쟁 시대가 아니었다”며 “트레이닝 시스템도 없어 배울 때가 없으니 나이트클럽 가서 배우고 외국 댄스 영상을 보며 익혔다”고 회상했다.

“‘널 그리며’에도 원래 안무가 없었어요. 방송 리허설 때 제가 즉흥적으로 ‘ㄱㄴ’ 동작을 하자 스태프 반응이 좋았죠. 그래서 해본 게 포인트 춤이 됐어요. ‘사랑의 불시착’의 ‘조각조각 춤’은 ‘널 그리며’ 때 KBS 무용단이 하던 안무를 붙였고요.”

‘원조 댄싱 킹’인 박남정은 다음 달 13년 만의 새 앨범을 발표한다. 그 신호탄으로 이달 프로듀서 돈스파이크가 편곡한 선공개곡 ‘멀리 가요’를 선보였다.

그는 “기성 가수들이 음반을 내면 ‘저렇게 내면 뭐하나’란 생각에 흐지부지 보냈다”며 “그러다가 누가 알아주는 게 중요한 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가요계를 은퇴하지 않은 이상 내 나름의 작품 활동을 하는 게 맞다고 여겨졌다”고 오랜만의 컴백 이유를 밝혔다.

데뷔와 함께 영광이 찾아왔고 상처받을 만한 굴곡도 없었지만, 그의 활동은 꾸준하지 않았다.

1995년 6집 ‘멀어지는 너’를 끝으로 9년의 공백을 보냈고 2004년 7집 ‘가지마’로 컴백했지만 다시 13년간 신곡 소식은 없었다. 딸 시은이와 SBS TV ‘스타주니어쇼 붕어빵’과 JTBC ‘유자식 상팔자’ 등에 출연하고 간간이 행사와 공연 무대에만 올랐다.
▲ 1980년대 ‘댄싱 머신’ 박남정 [NJP엔터테인먼트 제공]

“돌이켜보면 1990년대가 좀 힘들었어요. 안치행 작곡가의 기획사와 1990년 4집 ‘여인이여’까지 낸 뒤 헤어졌죠. 그때 수억 원의 제안을 뿌리치고 즉흥적으로 그만하겠다고 했으니 은퇴 아닌 은퇴 선언을 했고요. 1999년 결혼해 두 딸이 태어났고 교육용 영어 CD 사업도 했는데 쓴맛을 봤죠. 최고인 줄 알았지만, 세상을 잘 몰랐어요.”

그는 새롭게 활동하겠다는 의지로 기획사 NJP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가수로서 수동적으로 움직였다는 반성에 이젠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그는 4곡이 수록될 미니앨범 출시에 앞서 발라드곡 ‘멀리 가요’를 공들여 작업했다. 완성도를 위해 몇 개월에 걸쳐 음원을 만들었고, 평소 취미로 영상 작업을 해 뮤직비디오 콘티와 편집까지 직접 관여했다. 영원히 남는 작품이 될 것이란 책임감 때문이었다.

발라드곡을 먼저 내민 건 여러 이유가 있다.

“댄스 가수 이미지가 강할 뿐 과거에도 발라드를 꽤 불렀어요. 이번에도 타이틀곡은 댄스곡이 되겠지만 함께 나이 든 팬들에게 먼저 감성적인 노래로 다가가고 싶었어요. 또 아직은 춤을 추는데 문제 없지만 때론 신호가 오죠. 차도 수명이 있듯이 훗날 바꿀 차를 미리 준비해야죠.”

심기일전한 그를 도운 건 돈스파이크였다. KBS 2TV ‘불후의 명곡’에 ‘전설’로 출연했을 때 바다가 부른 ‘사랑의 불시착’ 무대를 보고 돈스파이크의 편곡에 감탄했다고 한다.

그는 “편곡된 ‘사랑의 불시착’을 듣고 이렇게 새로 태어날 수 있다니 ‘쇼킹’했다”며 “연락처를 수소문해 돈스파이크에게 제안했고 공동 프로듀서가 됐다”고 말했다.
▲ 앨범의 선공개곡 ‘멀리 가요’ 재킷 [NJP엔터테인먼트 제공]

내년 데뷔 30주년을 맞는 그는 앞으로 2시간을 알차게 채울 공연을 올리고 싶다고 했다. 6월부터는 소극장 공연을 정기적으로 하면서 갈고 닦아 자신의 브랜드 콘서트를 일구겠다는 생각이다. 노래만 하는 게 아니라 마술 등 여러 콘텐츠를 가미해 버라이어티한 무대로 꾸밀 계획이다.

이를 위해 목과 체력 관리에 부쩍 신경 쓰고 있다고 한다.

“나이는 굳이 생각 안 하는데 목이 원래 잘 잠기는 스타일이어서 성대 관리에 신경 쓰고 있어요. 또 마음을 좀 채우고 싶어서 중1인 둘째 딸 방에 가서 동화책부터 읽기 시작했어요. 젊은 날 책을 별로 읽지 못했거든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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