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중략)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감상> 해커에 대해 들은 적 있다. 그들이 훔쳐내지 못하는 건 아무 것도 없단다. 꽃들이 한꺼번에 왔다 갔다. 아름답다고 느끼자마자 그들이 슬프게 스러지는 모습을 봐야했다. 도대체 어떤 해커들이 이 계절을, 이 꽃밭을, 이 가슴을 이리 무지막지하게 흐트려 놓는 걸까. (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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