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정가에 ‘셀프디스(self dis)’가 한 때 화제 거리가 됐다. 민주연합의 홍보위원장으로 영입된 광고인 손혜원씨가 딱딱하고 살벌한 정치판에 ‘셀프디스’라는 낯선 광경을 보게 해 주었다.

‘셀프디스(self disrespect)’란 ‘자신에게 결례한다’는 의미의 인터넷 용어로 자신의 치부나 과오를 오히려 유머 소재로 사용, 청중의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깎아내리는 것이다. 상대방 공격의 예봉을 꺾고 공격의 빌미를 무력화시켜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개그성 독백이다. 국민 코미디언 고 이주일씨의 “못생겨서 죄송합니다”가 대표적 사례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당시 텍사스주 댈러스에 있는 남부 감리교대학 졸업식에 참석, 2천여 명의 학생과 교수, 학부모들 앞에서 축사를 했다. “높은 명예와 탁월한 성적으로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먼저 매우 잘했다고 말하고 싶다”는 축하의 말을 건넨 후 “나처럼 C 학점을 받은 사람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해 폭소와 환호를 이끌어 냈다. 셀프디스 유머 축사로 성적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졸업생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2009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회를 열었다. 정부 출범 초기 장관을 여러 번 바꾸는 등 인사 난맥에 대해 “일찍이 이렇게 빨리 상무장관을 3명이나 지명한 대통령은 없었습니다”며 셀프디스 발언으로 폭소를 유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지지율 1위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도 정치판의 셀프디스 바람에 편승, 셀프디스를 감행했다.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면서 “인권변호사로 일해 왔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남의 이야기를 중간에 끊거나 면전에서 안면을 바꾸고 언성을 높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해 ‘셀프디스’가 아닌 ‘셀프변명’이 돼버려 오히려 핀잔을 쌌다.

“요즘 제가 행복하다. 동지애가 눈에 보이고, 소리로 들린다. 승리를 확신한다” 문재인 후보가 당 소속 국회의원과 지역 위원장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다. ‘행복하다’는 문 후보의 자랑은 민생고의 국민에게 염치없는 자충수 발언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