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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원 경북생명의 숲 상임대표·이재원화인의원 원장
대선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당장 오늘(3일)부터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고, 내일과 모레는 사전투표일이다. 지난달 30일까지 실시된 재외국민 투표율은 역대 최고치인 75.3%를 기록하는 등 장미 대선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열망이 여느 대선 때보다 후끈하다.

이는 아마 이번 대선이 여러모로 유별나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통령 탄핵에 따른 조기 대선인 데다 과거보다 복잡한 다자구도를 띠고 있다. 또 선거일이 코앞인데도 많은 유권자가 ‘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등 표심이 요동치고 있고, 젊은 세대의 참여 또한 눈에 띄게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인지 ‘사표(死票)방지를 위한 전략적 투표냐, 아니면 소신 투표냐’가 이번 대선과정에서 쟁점이 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투표심리는 과거부터 있었지만, 이번처럼 위력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누가 싫어 누구를 찍고, 누구를 찍으면 누가 된다’는 식의 전략적 투표심리로 인해 대선판이 막판까지 요동치는 경우는 없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투표심리는 인물과 정책이라는 선거의 본질을 흐리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후보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 TV토론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후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전략투표의 프레임에 갇혀 지지도 부진을 극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를 깰 메시지 전달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바야흐로 다양성의 시대이다. 우리의 삶과 문화는 이미 다양화되었고, 우리는 그런 삶을 영위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화는 필연적으로 정치의 다양성을 낳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대선을 보아도 그렇다. 보수와 진보라는 과거의 단순구도를 넘어 양분된 보수, 중도, 양분된 진보 등 그 스펙트럼이 보다 다양화됐다.

이제 우리는 정치의 다양성을 수용할 때가 되었고, 이를 수용할 관용과 포용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정치라는데, 이러한 다양성을 수용하지 않고서는 국민이 흘리는 다양한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는 결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이번 대통령은 당선과 동시에 엄중한 국가적 난제들부터 해결해야 하지만 정치적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누가 되든 탕평과 함께 타협의 정치, 즉 협치(協治)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시 말해 작금의 정치 상황에서는 선거결과에 담긴 다양한 국민의 뜻에 따라 협치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대선은 과거와 같이 승자독식이 불가능한, 완전한 승자도 완전한 패자도 없는, 우리 정치가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가야 하는, 나아가 불굴의 의지와 도전을 요구하는 개척정신으로 새로운 정치의 지평을 열어나가야 하는 선거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번 선거의 이슈인 전략적 투표심리는 유권자인 국민의 이슈라기보다는 후보자 진영 간에 설왕설래하는 전략에 불과할 것이다. 그래서 유권자인 우리는 자신이 던지는 소중한 한 표에 자신의 신념과 가치와 기준, 그리고 정치권을 향한 목소리를 담는, 자신의 신성한 주권을 보다 적극적으로 행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선거는 유권자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는 민주주의 수단이다. 그래서 ‘사표(死票)방지를 위한 전략적 투표냐, 아니면 소신 투표냐’라는 논쟁은 선거의 쟁점이 될 수 없고, 돼서도 안 된다. 따라서 국민의 답은 소신 투표에 있다. 이는 자신의 신성하고 소중한 한 표에, 흔히 말하는 사표에도 생명을 불어넣는 투표가 될 것이다.

단언컨대 사표란 없다. 투표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투표하지 않는 자는 불평할 권리도 없다는 말’이 있듯이 민주주의는 참여와 실천에 달려있다. “사람들이 생각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들을 관리하는 정부에게는 얼마나 좋은 일인가?”라는 독재자 히틀러의 말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역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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