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물전 조개 한 마리기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빌을 거두어 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감상)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 있다. 몸을 움직이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아무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은 날이 있다. 뇌 움직임도 없어지고 심장도 그 순간은 멈춰 내 혈관으로 흐르는 물소리조차도 들을 수 없게 내가 느껴지지 않았으면 싶은 날이 있다.(시인 최라라)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