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가령 이런 시는
다시 한번 공들여 옮겨적는 것만으로
새로 시 한 벌 지은 셈 쳐주실 수 없을까요

다리를 건너는 한 사람이 보이네
가다가 서서 잠시 먼 산을 보고
가다가 쉬며 또 그러네

얼마 후 또 한 사람이 다리를 건너네
빠른 걸음으로 지나서 어느새 자취도 없고
그가 지나고 난 다리만 혼자서 허전하게 남아 있네

다리를 빨리 지나가는 사람은 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이네

라는 시인데

(좋은 시는 얼마든지 있다구요?)

(후략)

*이성선 시인(1941~2001.5)의 「다리」전문과 「별을 보며」첫부분을 빌리다.



감상) 나는 오늘 아침 그 모퉁이를 순식간에 돌아 나왔고 그 사거리를, 그 빌딩을, 꽃 다 진 영산홍 앞을, 그 이팝나무 가로수 앞을, 순식간에 지나왔던가 보네 되돌리기 하듯 그 순간으로 돌아가 그들의 그림자와 발등과 뒷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봐 주고 싶네. 그들이 나를 천천히 들여다보며 머물게 하고 싶네.(시인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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