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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원 (주)컬처팩토리 대표
연극의 종류는 다양하다. 새롭게 구성해서 막을 올리는 창작연극, 외국작품을 번역한 셰익스피어의 ‘햄릿’ 같은 번역극, ‘햄릿’이라도 인물과 장소와 상황을 한국적으로 바꾼 번안극, 혼자 출연해서 1인 극으로 무대를 채우는 모노드라마(mono drama), 채플린, 마르소 등의 배우로 유명한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몸짓이나 표정만으로 하는 팬터마임(Pantomime) 등 연극의 종류는 다양하다. 일반인들은 잘 알고 있지는 못하지만, 토론연극(Forum Theater)이라는 연극양식도 있다. 아우구스트 보알 (Augusto Boal)이라는 브라질 연출가가 만들었다. 아아구스토 보알은 1931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나 상파울루 ‘원형극장’의 대표였고 반체제인사로 몰려 한동안 망명생활을 했다. 그의 토론연극의 핵심은 모든 사회적, 정치적 억압을 받는 사람들이 토론의 양식을 빌린 연극적 놀이를 통해 스스로 억압을 인식하고 발견하고 궁극적으로는 여러 가지의 사회적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안된 방법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사회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연극양식이다. 최근 검색어 순위에 토론이 상위에 자주 오르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TV토론 때문이다. 이 토론에 따라 각 후보자는 일희일비한다. 토론의 결과에 따라 지지율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토론을 서서 하자 앉아서 하자라는 형식적인 문제부터 막 말 논쟁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구태도 등장하지만, 토론을 통해 직접 후보자를 만나볼 기회가 없는 유권자는 후보자에 대해 나름 평가를 한다. 사전적인 의미의 토론은 어떤 문제에 대해 여러 사람이 각자의 의견을 내세워 그것의 정당함을 논함이라고 나와 있다. 그렇다. 각자의 의견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논리를 바탕으로 자기의 정당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토론의 목적이다. 그러나 지금의 토론을 보면 논리적인 정당성으로 상대방을 공격하기보다는 주관적이고 객관적이라기보다는 감정적인 것이 앞선다. TV토론의 목적은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그에 따른 해결책과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비록 그에 따른 해결책과 방법은 다르지만 이뤄내야 할 목표에 공통분모를 발견하는 것이 그 목표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토론문화는 말꼬리 물기, 인신공격 같은 발언, 매번 토론 때마다 되풀이되는 담론, 국민 전체를 통합하기보다는 편 가르기, 가짜정보에 따른 공격 등 품격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수준 낮은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국민으로서 나의 권리를 위임하고 그것을 위임받은 자가 나를 대신해 나라나 개인이 처한 어려움과 동시에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 선거라는 공정한 제도를 통해서 그것을 실현하고자 한다. 사회의 구성원이 가지는 개인의 욕망과 이상, 이념은 사람의 숫자만큼 다양하다. 누군가는 안보에 누군가는 경제에 또 누군가는 문화에 관심의 우선순위를 두고 생각도 제각각일 것이다. 이런 다양성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것이다. 다양성만큼의 갈등이 존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이런 것을 풀어내는데 필수적인 것이 토론이다. 현실은 여러 사람의 입장과 구조적 측면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그러나 통상 나와 관련된 상황에서는 나의 프레임으로만 상황을 보기 때문에 다른 이의 입장을 헤아리기는 쉽지 않다. 토론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심리적 상태를 객관적으로 이해할 기회를 얻는다. 토론의 핵심은 쟁점을 부각하고 그에 따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이다. 이 때문에 논의가 옆길로 새지 않도록 쟁점에 대한 긴장을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얼마 전 유명개그맨이 TV토론에 대해 ‘싸우지만 말고.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 ‘국민이 편하게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 이런 이야기를 해야지 않겠나. ‘언제 적 이야기를 꺼내서 그런 걸 묻느냐’, ‘쓸데없이 낭비다. 낭비’라고 한 말이 크게 뉴스가 된 적이 있었다. 5월 9일 대통령선거일까지 얼마 남지 않은 기간만이라고 나라와 국민 그리고 미래를 위하는 진지한 토론의 결과가 뉴스로 장식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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