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폭풍우의 역설

지성윤 김천시선거관리위원회 지도주임 등록일 2017년05월07일 16시29분  
▲ 지성윤 김천시선거관리위원회 지도주임
‘해저 2만 리’로 유명한 쥘 베른의 소설 중 ‘15 소년 표류기’는 모험담을 좋아하는 청소년들에게 시대를 불문하고 인기를 끄는 스테디셀러이다. 이 책은 여름방학을 맞아 연안 항해를 하려던 뉴질랜드 체어맨 기숙학교의 8∼15세 학생들이 출발 전날 불의의 사고로 인해 배가 폭풍이 몰아치는 망망대해로 떠밀려 나오게 되고, 외딴섬에 표류한 뒤 작은 공동체를 꾸려 섬 생활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 과정에서 두 리더 브리앙과 도니펀은 갈등을 빚게 되고 도니펀을 따르는 소년들이 공동체를 떠나지만, 1년 후 새롭게 표류한 미국 선박의 반란자들과 맞서는 과정에서 용기와 협동심을 발휘하여 섬을 탈출하게 된다.

생김새와 성격, 개성이 모두 다른 인간들이 공동체를 구성하고 살아가는 사회에서 갈등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또한, 갈등은 오히려 인간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프랑스 혁명 당시 루이 16세를 옹호하는 왕당파와 시민자본가 계급의 공화정 파가 극한 대립과 갈등을 빚었고, 그러한 갈등이 수차례 이어진 끝에 프랑스 사회는 오늘날과 같은 국민주권국가로 발전할 수 있었다. 공장 노동자가 많은 북부와 플랜테이션(대농장)이 발달한 남부가 노예제 존치 여부를 놓고 격돌한 미국 남북전쟁 이후 인종차별과 관련하여 이어진 논쟁과 갈등은 오늘날처럼 흑인이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는 미국으로 발전하는 자양분이 되었다.

투표할 의향이 없는 한국인 중 많은 수는 정치인들의 치고받는 정쟁과 흑색선전, 고발이 난무하는 선거전에 혐오감을 느껴 투표할 의미를 찾지 못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바닷물이 폭풍우로 뒤섞이고 헤집어지지 않으면 적조현상이 심화하듯이 고인 물은 썩고 만다. 브리앙과 도니펀은 외딴섬에 표류한 소년들의 리더로서 공동체 운영 방식 등을 놓고 갈등을 겪었으나 그러한 갈등이 더 큰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협동심과 용기를 발휘하는 데 큰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미국에서 노예제에 대한 의견 대립의 역사가 없었더라면 오늘날과 같은 다원화된 민주적 미국 사회는 존재할 수 없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정당과 후보자들 간의 정쟁과 갈등이 혐오스러워 투표를 포기하는 것은 보다 발전된 사회를 만들 기회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다원화된 사회에서 갈등은 사회를 이끌어 가는 필연적인 과정이다. 과거의 역사를 보아도 정치세력 간의 갈등은 언제나 존재해 왔으며 그 과정에 인간 사회는 꾸준히 발전해 왔다.

폭풍우 속에 외딴섬에서 표류한 소년들이 갈등 끝에 힘을 합쳐 고난을 극복하였듯이, 폭풍으로 해수가 뒤섞인 바다가 더욱더 깨끗하고 건강한 바다가 되듯이, 갈등이 반복되는 정치 현상을 정상적인 사회 발전 과정으로 인식하고 5월 9일 주권자로서 현명한 판단하에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하여야 할 것이다.



<ⓒ 경북일보 & kyongbuk.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