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꽃이라고 가만 불러보면
눈앞에 이는
홍색 자색 연분홍 물결
꽃이 꽃이라서 가만 코에 대보면
물큰, 향기는 알 수도 없이 해독된다
꽃 속에 번개가 있고
번개는 영영
찰나의 황혼을 각인하는데
꽃핀 처녀들의 얼굴에서
오만 가지의 꽃들을 읽는 나의 난봉은
벌 나비가 먼저 알고
담 너머 대붕(大鵬)도 다 아는 일이어서
나는 이미 난 길들의 지도를 버리고
하릴없는 꽃길에서는
꽃의 권력을 따른다
감상)그는 한 때 자기가 핍박받는 사람이라 했다. 왜 자기를 향해 손들어 주지 않느냐고 세상의 문학에다 대고 삿대질을 했다. 그러나 그는 정작 자기가 권력을 휘두르는 자임은 몰랐다. 진정으로 억눌린 자는 나에게 왜 그러냐는 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스러져가는 자들이다. 꽃의 권력에 편승하고도 꽃 진 자리는 돌아보지 않는 자는 억압받는 자가 아니다.(시인 최라라)
- 기자명 고재종
- 승인 2017.05.07 19:31
- 지면게재일 2017년 05월 08일 월요일
- 지면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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