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행실을 조심하지 않으면 큰 덕을 허문다(不矜細行 終累大德·불긍세행 종루대덕)” 영·정조 때 대문장가 이덕무가 집필한 ‘사소절(士小節: 선비의 작은 예절’에 있는 잠언이다. 이덕무는 “선비의 행동거지는 군자의 성품에서 우러난다”며 그 성품 네 가지를 들었다.

첫 번째가 ‘온아(溫雅)’다. 온순하고 단아하며 거칠거나 흐트러지지 않는 성품이 온아다. 이런 성품을 가진 사람은 고정관념을 가지고 고집을 부리거나 과도한 언행으로 무례를 법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교결(皎潔)’이다. ‘교(皎)’는 달빛이나 햇빛을 가리키는 말로 희다는 뜻이다. 맑고 깨끗한 성품이 교결이다. 세속의 더러운 때가 묻지 않고 부정부패와는 거리가 먼 성품이다. 세 번째가 정확하고 민첩한 성품을 가리키는 ‘정민(精敏)’이다. 네 번째는 ‘관박(寬博)’으로 너그럽고 큰 마음을 지닌 관용적인 성품이다. 이 네 가지 성품을 가진 자는 인(仁)의 도리를 체득한 군자로 사람을 비롯해 삼라만상을 생기 있게 살아나게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이 네 가지 성품을 다 갖추고 나라를 다스린 통치자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렸던 우루과이의 전 대통령 무히카다. “이 이상한 지도자는 많은 이에게 영감을 주고 정치인이란 원래 소박하고 존경받을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것을 일깨웠다” 세계 언론들이 그에게 쏟아낸 찬사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그를 ‘현자(賢者)’라고 했고, 후안 카를로스 스페인 전 국왕은 그를 만델라와 비교했다. 공식 프로필에 자신의 직업을 ‘농부’라고 적었던 무히카는 대통령 재임 5년 동안 사회개혁을 이루고 자신의 소박한 삶을 그대로 유지했다. “나는 인생을 간소하게 살기로 결심했다”면서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사저가 있는 농장에서 땀 흘리는 일을 하면서 낡은 차를 직접 몰고 집에서 대통령관저까지 출퇴근했다.

“적은 존경을 얻지 못한 사람은 결국 무너지게 돼 있다”고 강조한 무히카는 혁명가로서 13년 간 감옥살이를 했지만 분노나 적개심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진영논리에 따라 선악을 나누는 이분법을 극복, 다양성을 존중했다. 우리도 이런 대통령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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